직장인 A씨는 2013년 봄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반포 집에서 출발해 여주까지 2박3일간의 여행이다. 한강 둔치를 따라 양평을 지나 여주까지 이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면서 수변공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곳곳에 설치된 지리정보시스템 단말기와 LED 안내판을 통해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고 리버크루즈를 즐겼다. 내친 김에 다음 달에는 자전거를 타고 안동에 있는 생태습지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완료된 2013년 한강을 따라 자전거 나들이를 다녀오는 서울 시민의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 플랜이 윤곽을 드러냈다. 하천관리 정책의 무게중심이 '홍수 방어'에서 '물 확보'로 바뀌고,홍수 예방 방법도 '제방쌓기'에서 '준설'로 전환하는 등 정부의 치수(治水)정책 패러다임이 바뀐 게 핵심이다. 또 수질 개선과 친환경 복합공간 창조,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 등 개발과 보전의 공존을 위한 방안도 담겨 있다.

◆용수 12억5000만t 확보

이날 중간보고 내용에 따르면 4대강에 16개의 보와 중소 규모 댐 등을 지어 12억5000만t의 물을 확보한다. 전국 15개 댐 총 저수량 120억t의 10% 정도다. 이는 바닥면적이 7만1900㎡인 올림픽 주경기장(높이 47m)을 370번 정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보는 낙동강에 8개,금강과 한강에 각각 3개,영산강에 2개를 설치한다. 올해 안에 '댐 건설 장기계획'을 변경,중소 규모 댐을 건설해 2억5000만t의 물을 확보한다. 경북 영주에 송리원댐(2억t),경북 영천에 보현댐(2000만t)을 짓고 안동댐과 임하댐을 연결하는 수로를 만들어 이 수로 구간에 추가로 3000만t을 가둔다.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간 댐을 건설하지 못해 2011년 8억t,2016년 10억t의 물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제방쌓기' 대신 '준설'

강바닥 준설작업,홍수조절지 및 강변저류지 건설 등을 통해 홍수조절 능력이 8억9000만t가량 늘어난다. 홍수조절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하천 바닥에 쌓인 모래를 5억4000만t가량 걷어낸다. 홍수조절지 2개(담양,화순)와 강변저류지 3개(영월,여주,나주)도 만든다. 홍수조절지는 평소에는 비워뒀다가 홍수 때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댐과는 차이가 있다. 강변저류지는 물을 가뒀다가 필요한 경우에는 빼는 역할을 한다.

큰 홍수에도 버틸 수 있도록 노후 제방 573㎞에 대한 보강공사도 진행한다. 또 낙동강,영산강 하구둑 배수문을 늘려 신속하게 홍수를 조절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홍수에도 끄떡없게 된다.

◆4대강 수질,2급수로 끌어올린다.

수질 오염이 심각한 경안천 금호강 갑천 미호천 광주천 등 34개 하천유역을 중점 관리해 2012년까지 4대강의 90% 이상을 2급수로 개선한다. 이를 위해 수질 오염도가 높아지고 있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녹조류 발생의 원인물질로 지적받는 총인(TP)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본류에 유입되는 지류의 자정 능력을 높이기 위해 4대강의 근원인 실개천 500여개소에 대한 복원 계획안도 마련했다. 생태하천 695㎞를 조성하고 하천 내 농경지를 정리해 비료 농약 등의 유입도 차단한다.

◆문화가 흐르는 4대강

녹색문화관광 비즈니스 창출,국민과 함께하는 문화물길 열기,4대강의 역사문화적 가치 복원과 재발견 등을 추진한다. 내륙과 강,바다를 오가며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친환경 리버크루즈를 도입하고,강변에 이야기와 주제가 있는 탐방길인 '콘텐츠 가도'도 조성한다. 콘텐츠 가도에는 경관 가도,천주교 순례 가도,생태 가도,문학 가도 등이 포함된다. 또 강변의 역사,문화,관광 등의 정보를 디지털 형식으로 제공하는 '스토리 정거장'이 세워지며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관광도시 육성 등도 추진한다.

자전거로 4대강을 종단하는 '투르 드 코리아'는 세계적인 스포츠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 중국의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중국 지린의 리장과 산봉우리를 무대 삼아 제작해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유치한 공연 '인상유삼저'처럼 4대강을 무대로 하는 공연상품도 선보인다.

4대 강변의 역사문화 자원도 복원 · 정비한다. 나루,조창,장시,별신제 등 강 유역과 관련한 유 · 무형 민속문화자원을 복원하고 옛 뱃길을 재현한다. 낙동강에는 가야문화권,금강에는 백제문화권,영산강에는 마한문화권,한강에는 삼국문화권 등 4대강별로 특화한 문화유적을 복원하며,강변의 문화경관과 생활문화를 보존한 '아름다운 강호 마을'도 생겨난다.

김동민/고경봉/이고운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