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30일 피의자 자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할 예정인 가운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막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폭넓게 개입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입'이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보고 소환 직전까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 정상문 진술 변화 있나 = 검찰은 지난 22일 정 전 비서관을 구속한 뒤 매일 구치소에서 대검 청사로 불러내 관련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별 달라진 게 없다"던 종전 답변과 달리 "말할 수 없다"고 언급해 수사에 일부 진척이 있음을 내비쳤다.

정 전 비서관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와 3억원, 또 상품권 1억원 어치를 받아 청와대 관저로 전달하거나 본인이 직접 처리했고 정대근 전 농협 회장으로부터도 3만 달러를 받았다.

그는 또 박 회장 및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의 3자 회동을 통해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관련 모든 의혹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셈이다.

검찰 역시 정 전 비서관에 대해 단순한 금품의 전달자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공범이라고 강조하며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그의 진술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도 말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조사를 계속하면 조금씩 변하는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던 정 전 비서관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도 검찰은 매우 고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백을 하지는 않더라도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를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결국 검찰은 남은 사흘간 새 증거를 찾기보다 그간 수사 내용을 정리하며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최종 확인 작업'을 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구속영장 청구 여부 최대 변수 = 정 전 비서관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정 전 비서관의 `입'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은 피의자가 도주할 염려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도 이를 토대로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사건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도주할 염려는 없는 점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핵심 요소인 셈이다.

만약 정 전 비서관이 관련 의혹을 시인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극구 부인한다면 검찰 입장에서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법원이 동일한 상황을 놓고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양 측의 진술이 배치되고 명확한 물증이 없이 `진술'만 있다면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이 설사 영장을 청구해도 이를 기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흘간의 정 전 비서관의 진술 내용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