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외교장관 방북에도 "6자 불필요"
러'외교 "北, 당장 6자회담 복귀용의 없어"

북한이 러시아 측과의 회동에서도 `6자회담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6자회담 재개까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3일 평양을 방문,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회담하고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현재 파악되는 분위기로는 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24일 북.러 외교장관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측은 "6자회담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는 우리(북)의 입장에 유의하였다"고 밝혀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했음을 짐작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브리핑에서 "상황이 참 어렵다"면서 "당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없다"고 말해 북한의 6자회담 거부 입장이 현재로선 확고함을 시사했다.

그는 전날 박 외무상과의 회담 뒤 이타르타스와 인테르팍스 통신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신속한 타결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6자회담 재개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했다는 점도 6자회담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6자회담 거부' 입장을 확고히 해 라브로프 장관을 접견하는데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의장성명에 찬성한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과 제재위원회 논의를 애써 제재가 아니라고 부인한 것도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인다.

그는 브리핑에서 "제재는 비건설적"이라고 규정한 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도 제재에 대한 사항은 없다"면서 "뉴욕에서 검토되는 것도 제재에 대한 사항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이며 의장성명이 1718호 이행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 자체가 제재 결의안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6자회담 재개까지 비록 험난한 앞길을 예상케했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희망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는 "북측이 9.19공동성명이 정당하고 거기 나와있는 원칙을 재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6자회담 합의 이행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그러면서 에너지 지원 등 북한외 다른 참가국들의 의무이행도 촉구했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명환 장관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6자회담과 관련한 북측 입장발표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며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향후에도 긴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22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아울러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조만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을 돌며 회담 재개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유엔에서의 제재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보즈워스 대표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협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