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측에 "6자회담 불필요" 재확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4일 전했다.

중앙통신은 23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고 방북한 것으로 미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면담을 추진했을 것으로 보이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 라브로프 장관의 면담을 회피한 것은 북한이 이미 밝힌 대로 6자회담 불참과 핵시설 재가동 등 강경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외부에 강조하기 위한 것이거나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와병설 이후 최초로 지난 1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하고 오찬을 함께 했었으며 지난해에도 왕자루이 부장(1.30)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6.18)을 각각 면담하고 3월 1일에는 중국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외빈 면담의 전부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간 23일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전하면서 러시아측은 "6자회담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는 우리(북)의 입장에 유의하였다"고 밝혀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으나 북한측은 이를 거부했음을 시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두 장관이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정세'를 논의, "위성발사가 매개 나라의 자주적 권리라는 데 대하여 인정"했으며, 러시아측은 유엔의 대북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이번 방북이 지난해 말 북러 외무성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에 따라 올해 북러 경제문화협조협정 체결 60돌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교류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북.러 외교장관들은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킬 데 대한 문제들"을 토의,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특별기편으로 서울을 방문해 1박2일간 체류하면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