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인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지지자들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밝히고 나서 홈페이지의 향방이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이 개인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www.knowhow.or.kr)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은 22일 오후.
그 후 이 홈페이지에는 "폐쇄를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지지자들의 이런 반응을 접한 노 전 대통령측은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 홈페이지 폐쇄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항복 선언'이라도 되는 양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지지자들의 만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홈페이지 관리팀은 23일 오후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홈페이지 폐쇄 문제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관리팀은 이 글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세상' 사이트를 아예 닫자고 말씀하셨지만 만류했다"며 "이미 이 사이트는 노 전 대통령님만의 것이 아니라 회원 모두의 것이므로 (노 전 대통령께 홈페이지 폐쇄 여부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라도 밟자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를 폐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밝힌 셈이다.

이 글 밑에는 24일 오후 2시 현재 댓글이 1천100건 넘게 달렸고, 그 내용이 대부분 '홈페이지 폐쇄 결사반대'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홈페이지를 동호회 위주로 운영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는 회원들이나 소수나마 "비판이 통하지 않는 홈페이지라면 폐쇄가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댓글을 지켜본 노 전 대통령측은 앞으로 홈페이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 관리팀 관계자는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홈페이지를 문 닫을 것은 아니다"며 "어떤 결론을 낼지 모르겠지만 의논을 계속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올린 글로써 노무현 개인 홈페이지는 사실상 문을 닫은 것이고 노 전 대통령의 뜻과 달리 이 홈페이지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며 "노무현 개인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성격으로 전환할지를 회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1999년 8월15일 만들어져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운영되다 한차례 폐쇄됐고, 퇴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재개통됐다.

일부 정치권에서 이 홈페이지가 지지층이 모이기 위한 '인터넷 정치' 수단이라고 의심해왔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