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하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검찰과 정치권에서 감지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아직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 수사에 국민 이목이 쏠린 만큼 내부적으로 여러 변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고, 노 전 대통령 쪽에서 `나는 몰랐다'는 해명 외에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 청구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 달러에 대해 수사팀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어 600만 달러라는 액수만 떼어놓고 고려한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뇌물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취지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적 법 감정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사실과 과거 뇌물죄로 기소됐던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영장이 발부돼 구속될 경우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검찰이 전(前) 정권에 대한 사정 수사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둘 경우 정치적 수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또 박 회장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등이 줄줄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기 어렵고 전직 대통령이 도주할 염려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구속사유와도 거리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하면서 두 손을 든 마당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기라도 하면 `전세 역전'이 불보듯 뻔하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액 역시 그 이전의 대통령들에 비하면 적다는 점도 주요 변수다.

한화 60억원 안팎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을 각각 2천800여억원과 2천100여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 및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자칫 패를 노출시킬 수도 있는 `서면조사 후 소환조사' 방식을 택했다는 점도 불구속 수사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전직 대통령 수사에 대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방법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영장을 청구했을 때 발부될 것인지인데 범죄의 중대성은 말 그대로 고려 사유이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라는 구속사유를 감안하면 섣불리 구속영장을 청구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