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접촉' 통지문..'개성 통지' 관철의지 피력

"개성공단 위해 노력 다할 것"..北대표 이영호 민경련 총사장


북한은 지난 21일 `개성접촉'에서 개성공단 임금인상, 토지사용료 조기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반면 북측은 개성공단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함께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가 23일 입수한 북한의 '개성접촉' 통지문에 따르면 북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특혜 재검토 방침을 밝힌데 이어 "남측이 이번 통지에 대해 또 다시 얼토당토않게 헐뜯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그에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은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위기에 처한 개성공업지구사업을 구원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인내성 있는 노력의 표시"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측은 또 `특혜 재검토' 입장의 배경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에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지문은 "개성공단 사업에 성의를 다해온 것은 그것이 6.15 공동선언의 상징이며 `우리민족끼리' 이념의 소중한 산물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남측 당국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까지 심히 중상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로선 부득불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현 남측 당국이 북남선언들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부정하고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북남협력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파탄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더욱이 남측 당국이 개성공업지구를 우리를 반대하는 노략 기지로 삼고 있는데 대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측 당국의 무분별한 행위로 말미암아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의 상징으로 온 겨레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며 좋게 발전해온 개성공업지구사업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으며 존재자체가 위태롭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또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통지문은 "지금 남측기업들은 개성공업지구에서 한 해 수억달러의 이익을 얻고 있지만 우리는 근 4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노동력의 대가로 3천만달러(연간) 정도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할수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우리 만이 손해를 보면서 언제까지나 기존의 계약에 구속돼 있을 수 없으므로 땅값도 올리고 노동력 값도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통지문은 "공단은 1단계 하부구조 건설이 끝나고 여기에 100여개의 기업들이 들어와 가동하고 있으며 건설중에 있거나 건설을 예약한 기업들도 많은 조건에서 이제는 현실에 부합되게 계약을 갱신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와 관련해서는 "남측 당국은 우리가 전쟁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명백히 밝힌 PSI의 전면 참여를 떠들며 북남관계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 넣고 있다"는 등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은 21일 총국 사무실에서 22분간 우리 측 대표단과 가진 접촉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읽고, 문건을 전달했다.

북측은 당시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남측에 줬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한다"면서 개성공단 관련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북측은 근로자 임금 상향 조정, 남측이 50년간 사용하게 돼 있는 토지임대차 계약 수정, 토지사용료 지불유예기간 4년 단축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개성접촉에 대남 경협의 핵심인물로 활동해온 이영호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총사장이 북측 대표격으로 나왔으며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도 배석했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유현민 기자 jhcho@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