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장비 편법 지급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공무원들에게 출장비 47억원을 실제 출장 여부와 무관하게 일괄 정액으로 나눠 준 서울 성북구의 `혈세 낭비'가 드러난 것을 계기로 행정자치부와 서울시는 자치단체들의 수당·출장비 실태를 일제 점검하고 감사를 요청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23일 연합뉴스가 일부 자치단체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런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게 드러났다.

서울시내 구청들이 행정안전부의 여비 조례 표준안에 따라 마련한 출장비 규정에 따르면 각 부서 과장의 승인으로 1개월에 12∼13일 이내의 출장에 대해 26만원 이하의 `근무지 내 출장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돼있다.

문제는 실제 출장이 잦지 않은 직원들조차 동사무소 왕래, 환경순찰 등 명목으로 매달 수령 가능한 최대액에 가까운 출장비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A구청은 지난해 민원여권과 직원 17명에게 출장비 명목으로 4천600여만원을 지급했다.

민원여권과 직원들은 업무 속성상 출장 횟수가 타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지만 동사무소 왕래 등 명목으로 1인당 월평균 약 22만원(연간 약 270만원)의 출장비를 받았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전자여권 도입과 관련한 업무때문에 출장이 잦았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2006년과 2007년에도 비슷한 액수의 출장비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B구청 역시 지난해 민원여권과 직원 7명에게 1인당 220여만원씩 연간 1천500여만원의 출장비를 지급했다.

이 구청은 대민 업무 등을 맡아 업무 강도가 높은 민원부서의 경우 직원들사이에서 `기피부서'가 되고 있어 보상 차원에서 출장비로 일정 소득을 맞춰주고 있다며 편법으로 출장비를 지급한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봉급을 올려주지 못하니까 출장비의 경우 관행처럼 거의 `봉급화'한 것으로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구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C구청 민원여권과도 지난해 직원 37명에게 1인당 270여만원씩 모두 1억여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청 관계자는 "부서에 상관없이 전 공무원이 환경순찰을 하고 있는데 출장이 적은 민원부서 역시 환경순찰활동을 출장으로 간주해 출장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또 다른 구청 관계자도 "민원부서 뿐 아니라 일부 부서를 제외한 다른 부서도 비슷한 상황인데 우리 구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해 출장비 편법 지급이 비단 몇 개 구청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은 출장비 관련 세부 규정 마련을 각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규정 정비와 감사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 소속 공무원의 경우 보수 외에 해당 지자체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직무 수행에 필요한 실비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편법 지급 의혹이 있을 경우 해당 지자체에 감사를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경태 기자 kong79@yna.co.krktc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