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자간 접촉은 현격한 입장 차만 확인하듯 현안에 대한 협의 없이 각자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통보한 채 22분 만에 끝났다.

이날 오후 8시35분부터 공단 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실에서 열린 본 접촉에서 북측은 개성공단사업을 위해 남측에 부여했던 모든 제도적 특혜조치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특히 개성공업지구의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함으로써 2014년부터 지불하도록 한 토지사용료를 4년 앞당겨 2010년부터 지불토록 할 것이며 북측 노동자들의 노임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합의에 따라 조정을 위해서는 양측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나선 것이다.

북측은 또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겠다면서 이에 필요한 접촉에 남측이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북측의 일방적 통보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우리 측 대표단 역시 서둘러 일방적으로 입장을 전달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표단은 북측의 통보가 끝난 뒤 곧바로 미리 준비해간 통지문을 읽어 내려갔으며 그나마 북측이 이를 제지, 통지문만 전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통지문에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합의서의 무효 선언을 비롯한 북측의 긴장조성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인류가 안전을 위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는 점과 한반도 수역에서는 남북해운합의서가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북측에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지난달 30일부터 23일째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문제와 관련해 북측의 남북합의서 위반 사실을 지적하고 즉각적인 신병 인도를 강력히 요구했다.

통지문은 이 밖에도 지난해 '12.1 제한조치'의 철회와 국가 원수에 대한 비방.중상 중지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를 비롯해 남북 현안 해결을 위해 남북 당국간 차기 접촉을 제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로 입장 교환이 일방적으로만 이뤄졌기에 이에 대한 상대방의 견해나 반응을 제대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본 접촉이 끝난 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 찾아와 우리 측 통지문을 반환하고 돌아갔다고 들었다"면서 "이번 정부 들어 양자 현안을 위한 남북 당국자간 첫 만남이 서로의 날선 공방으로 점철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