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여야간 `승패 셈법'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격돌 뿐 아니라 정동영 전 통일장관(전주 덕진), 신 건 전 국정원장(전주 완산갑), 친박 성향 정수성(경북 경주) 후보 등 무소속의 약진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에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5곳의 선거구 모두에서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고, `미니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운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목표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2곳을 제외한 인천 부평을, 울산 북구, 경북 경주 등 3곳에서의 승리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은 곧바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직결된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3곳에서 승리하면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 점도 자체 설정한 승리의 높은 기준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3곳 전체에서 승리를 못 했다고 `한나라당의 재보선 패배'로 연결지을 수는 없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곳 중 2곳에서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의 선방'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승리할 2곳이 어디냐에 따라 성적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곳 승리'를 가정할 경우 지역색이 가장 옅은 중간지대인 인천 부평을과 친이.친박의 대리전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는 경주에서 승리가 한나라당이 꼽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데 입을 모은다.

부평을의 경우 유일한 수도권 선거구로서 `민심의 리트머스 시험지'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경주는 당협위원장 문제,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친박의 활동폭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 핵심 관계자는 21일 "부평을 승리는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동시에 경주의 승리는 `친박 돌풍'을 잠재우며 당내 안정을 가져오는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3곳의 격전지 가운데 1곳에서만 승리할 경우 재보선 승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1승'만을 거뒀을 경우 전반적으로 패배했다고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 여야간 최대 승부처인 부평을에서 승리할 경우 `민심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부평을과 전주 완산갑에서 이길 경우를 `재보선 승리'로 보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한 전주 덕진에서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전주 완산갑에서의 `무소속연대 바람'을 차단하는데 민주당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달리 부평을, 전주 완산갑 2곳 가운데 1곳에서만 승리를 거둘 경우 당내 평가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부평을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부평을 1곳에서의 승리를 `재보선 선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호남이라는 텃밭을 잃었다는 자성론이 나올 수 있다.

부평을에서 패배하고 전주 완산갑에서만 표심을 얻을 경우에는 좀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기치를 내건 `현 정권 심판론'이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다만 현 지도부가 연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