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번 주 후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오는 29일 열리는 재보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20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10억원대 불법자금 조성에 대한 새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이 돈이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 일단 소환 일정이 다소 늦춰지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재보선에 임박해 노 전 대통령을 부르면 야권으로부터 `정치 수사'라는 시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예 재보선 이후로 소환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신병 처리 문제와 10억원에 대한 수사 때문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일정은 다소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권양숙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부산지검에서 조사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수차례 불러 노 전 대통령을 향한 `600만 달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으며 지난 주 후반 대부분 조사를 마무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께 정 전 비서관이 따로 차명계좌에 10억원대의 불법 자금을 모아뒀다는 혐의가 드러나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넸다는 3억원도 그대로 차명계좌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권 여사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정 전 비서관에게서 3억원을 전달받아 채무변제용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바 있어서 검찰은 그동안 수사 진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해명해온 노 전 대통령에게 반격을 가할 `카드'를 손에 쥔 셈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10억원대의 불법 자금을 조성한 경위를 조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영장이 발부되면 조성 목적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게다가 검찰은 건호 씨의 외화송금 거래 내역에서 의심스러운 돈거래를 포착해 혐의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정 전 비서관과 건호 씨의 새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난 이후에나 가능하고 재보선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구태여 정면돌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일이나 다음달 초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쏠린 중대 사안인만큼 주말인 25~26일에는 소환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사의 `정점'인 노 전 대통령의 소환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