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20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의 행방과 관련,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전날 이 돈이 정 전 비서관의 개인 차명계좌로 입금된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검찰 조사 때 권 여사가 이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이 밝힌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전에 설명했던 우리 쪽 입장이나 답변에는 변함이 없다"며 "권 여사가 3억원을 받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의 돈이 권 여사에게 바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는 검찰 설명에 대해서는 "우리도 정 전 비서관의 진술과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여서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이 권 여사에 대해 `사법방해죄' 운운하며 수사의 확실한 단서를 잡았다고 고무된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측은 큰 틀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권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이라고 인식하고 정 전 비서관에게서 돈을 받은 것은 이미 검찰에서 진술한대로 사실이기 때문에 권 여사의 해명을 문제삼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봉하마을 주변에서는 돈의 전달경로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그대로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게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던 다른 돈을 넘겼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봉하마을에 정통한 한 인사는 "권 여사가 3억원이 전달된 경로까지 어떻게 다 알겠느냐"며 "전달 경로에서 문제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권 여사가 박 회장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3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은 유효한 것이고, 이 부분은 권 여사가 아닌 정 전 비서관에게 물어볼 일"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다는 이유를 들어 권 여사의 진술을 거짓이라고 보고 있는데 대해 무책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상당히 격앙돼 있다.

노 전 대통령측 한 인사는 "검찰이 왜 이렇게 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이 스스로 다급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검찰 발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며 "검찰이 사실 여부를 떠나 중계방송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피의사실을 중계방송하듯이 공표하는 것이 도대체 몇 번째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미처 예견치 못한 상황이 터져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