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건네받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던 3억원이 뜻밖에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의 비자금 계좌에서 온전한 형태로 발견됨으로써 검찰 수사가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100만 달러+3억원'의 용처를 밝혀내지 못해 난감해하던 검찰은 수사 막바지에 뜻밖의 돌파구를 열고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이 맞다"며 반색하는 모습이다.

19일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3억원+α'가 입금된 비자금 계좌를 발견한 것은 노 전 대통령 측의 견고한 진술의 벽을 허물어내기 위한 집요한 확인 과정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금까지 서울역에서 1억5천만원이 든 가방 2개, 총 3억원을 박회장으로부터 직접 받아 청와대 운전기사를 통해 권 여사에게 전했다고 진술했고 권 여사 또한 부산지검에서 나가 조사를 받으며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돈을 전했다는 운전기사를 직접 조사해 청와대로 돈가방을 직접 나르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의구심을 가진 검찰은 서울역에서 건네받은 돈을 정 전 비서관이 인근 L호텔로 가져가 자신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지인에게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계좌추적 대상을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로 확대했고 결국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직후 3억원이 고스란히 계좌에 꽂힌 사실을 확인하는 `대어'를 낚게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여러 개의 비자금 계좌에는 빚을 갚았다던 권 여사의 진술과 달리 3억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음은 물론 뜻밖의 뭉칫돈인 `알파(α)'가 추가로 발견됐다.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을 통한 노 전 대통령 측의 적극적 `공개 변호'의 벽을 쉽사리 뚫지 못해온 검찰로서는 축구경기 후반전 종료 5분을 남기고 회심의 코너킥을 얻어낸 형국이라는 표정이다.

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뜻밖에 밝혀낸 비자금 계좌로 돌파구를 연 검찰이 향후 노 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추가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포괄적 뇌물죄 적용의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