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대응"→"국제공조 차원"..첫단추부터 삐끗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의 발표시기에 대한 정부의 혼선은 참여배경에 대한 면밀한 판단없이 처음부터 이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연결시켜 추진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서인지 뒤늦게 `PSI전면참여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설명을 거듭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했고 결국 이 때문에 발표시점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외교통상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자 PSI전면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내에서는 숙원사업이었던 `PSI전면참여'를 성사시킬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북한은 물론 야당의 반대가 명확한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는 PSI전면참여에 더없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종락 외교부 제1차관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전인 지난 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와 함께 PSI 정식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와 국민은 모두 우리 정부의 PSI전면참여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막상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후에는 PSI와 북한의 로켓을 연계시키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직후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PSI전면참여와 관련, "북한이 로켓을 쏘니까 바로 응대하듯 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인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북한이 우리의 PSI전면참여를 `선전포고'라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에서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다소 시차를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이 이뤄진 뒤 전면참여 방침을 발표하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PSI는 여전히 북한 로켓 상황과 단단히 엮여 있었다.

이 때문에 당초 예고했던 15일 발표도 다시 미뤄지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열린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서도 뒤늦게 PSI와 북한 로켓 간에 끼워진 `고리'를 풀려는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16일 브리핑에서 PSI전면참여에 대해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없이 "WMD와 미사일 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노력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PSI가입을 적극검토하고 조만간 정식참여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 입에서는 이처럼 PSI와 관련해 `북한의 로켓 발사'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국제사회와 국민의 뇌리속엔 한국의 PSI전면참여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상황이다.

결국 이번 혼선은 처음부터 둘을 연결시켰던 정부가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