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0만달러와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100만달러의 행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일단 100만달러가 노건호씨의 해외 유학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사실상 결론내렸다.

검찰은 또 500만달러가 전액 유입된 연씨의 버진아일랜드 법인 타나도인베스트먼트에서 노씨가 대주주로 있는 법인 엘리쉬&파트너스로 300만달러가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계약 내역 및 제3국 투자처와의 거래관계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노씨와 연씨가 제출한 투자계약서와 거래내역서,자체적으로 확보한 APC 계좌 추적자료 등을 토대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위법사항이 없는지 확인 중이다.

한편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절도현장(뇌물전달현장)에서 피해자(박 회장)가 A(노 전 대통령)를 지목해 체포했는데 A가 자신은 영화관에 갔다며 혐의를 부인한다면 그 입증 책임은 A에게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측이 진술을 회피한 100만달러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으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검찰은 500만달러에 대해서도 '포괄적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00만달러,건호씨 유학자금 결론

100만달러의 행방에 대해서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검찰은 2007년 6월 말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박 회장이 급하게 10억여원을 100만달러로 환전한 뒤 자신의 비서실장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를 통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넸고,이 돈이 노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간 '명백한 사실'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돈이 넘겨진 직후 미국 순방길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이 시애틀에서 아들 건호씨에게 넘겨줬다고 보고 당시 시애틀 총영사관을 지낸 권찬호씨 등을 최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100만달러를 받았다는 권양숙 여사는 이에 대해 '채무 상환용'이라는 진술만 했을 뿐 채무 상대방이나 차용증 · 상환증 등 어떤 물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 회장이 돈을 준 일시 · 장소 · 상대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등 여러 정황 증거로 볼 때 1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의 유학자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법처리를 자신하고 있다.

◆500만달러,포괄적 뇌물 입증 주력

검찰은 노씨를 상대로 사촌매제인 연씨가 작년 2월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달러를 송금받은 과정 및 자금 운영 전반에 관여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해명대로 '호의가 담긴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연씨가 정 전 비서관을 거쳐 박 회장에게 투자를 부탁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며,조세회피 지역에 법인을 세운 점,박 회장과 정식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점 등 의혹 투성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밝힌 대로 "퇴임 이후 알았다"고 계속 결백을 주장한다면 노씨와 연씨는 몰라도 노 전 대통령을 처벌하기는 힘들어진다. 따라서 검찰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을 보고 건넨 돈"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에 따라 사업상 편의를 제공한 데 대한 사후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 증거 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