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14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을 허물기 위한 정지작업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100만달러를 청와대에서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이를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일단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의 수수 주체가 부인 권양숙 여사 이고 `근래'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어 검찰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권 여사가 지난 11일 검찰 조사에서 100만달러의 용처에 대해 밝히지 않은 만큼 노 전 대통령이 입을 열 가능성도 낮다.

또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박 회장 간 500만달러 거래는 물론 아들 건호씨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거래가 이뤄진 이후 알게된 사실이다.

아들과도 무관한 일이다"고 반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이후 측근들까지 가세해 여론 전에도 적극 나선 모양새다.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검찰 측에서 흘 린 각종 의혹이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 당장 박 회장 진술의 일관성을 문제삼았다.

한 측근은 "언론에 처음에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돈을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가, 그 다음에는 `전화로 요구 했다', `아들 집을 사는데 쓰겠다고 했다'는 둥 보도내용이 매일 변하고 있다"며 "박 회장의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박 회장이 검찰의 압 력을 받아 허위진술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 글에서 "박 회 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측근은 "박 회장이 사 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면 뭔가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며 "구체적 내용은 유추해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아들 건호씨와 관련된 의혹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참여정부 핵심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 시애틀을 방문했을 때 건호씨를 만나 10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건호씨가 연철호씨가 세운 엘리쉬&파트너스사의 대주주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박 회장이나 태광실업과는 무관한 별개 회사에 일시적으로 지분이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조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억원을 수수했다고 밝힌 부인 권양숙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용처에 대해 채무변제를 받은 사람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함구한 것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권 여사의 해명이 틀렸다는 것을 시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검찰이 변제받 은 사람들을 괴롭힐 게 뻔한데 왜 이야기를 하느냐. 검찰이 자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 노 전 대통령측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