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권양숙 여사에 이어 아들 건호 씨가 검찰에 재소환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는 여전히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는 14일 오전에도 비서관, 경호원 등 사저 근무자들이 출근하거나 사저를 청소하는 일상적인 상황만 보일 뿐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취재진이 고배율의 망원렌즈를 들고 다니며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자 이날부터는 사저 건물 내부가 조금이라도 보일만한 출입문과 창문을 잠그는 등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특히 생가 복원공사로 인해 가림막이 둘러쳐지면서 외부에 서 보기 어려웠던 사저 현관쪽은 평소 나무로 된 출입문이 열려 있었으나 일부 취재진의 망원렌즈에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날부터는 닫혀져 안을 들여다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검찰 조사를 받은 권 여사는 계속 사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은 마음은 불 편하지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있지는 않다"고 노 전 대통령 내외의 근황을 전했다.

김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 실업 회장에게 돈을 달라는 전화를 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는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통해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반복된 보도가 나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봉하마을 주민들은 계속 되는 취재진의 일명 '뻗치기' 취재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마을광장에서는 간혹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험담을 하는 관광객과의 승강이도 벌어지는 등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민들도 다소 예민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병기 이장은 최근 취재진에게 마을회관의 방송을 통해 "주민들의 집과 경작과수원 등의 사유지 무단침입 과 주민들의 양해를 받지 않고 촬영하는 것을 자제하고 농번기로 피곤한 주 민들이 제때 잠자리 들 수 있도록 오후 9시 이후 마을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것을 삼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