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씨의 귀국과 검찰 출석 과정은 한편의 '007영화'를 방불케 했다. 건호씨는 언론사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미국 비행기 탑승에서부터 귀국 후 차량을 이용한 이동,대검찰청사 진입까지 일련의 과정을 치밀한 각본 하에 진행했다.

9일 밤(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자택을 출발한 건호씨는 다음날 오전 미국 국내선으로 샌프란시스코공항으로 이동한 뒤 일본 도쿄행 외국 항공사에 몸을 실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오후 1시15분 샌프란시스코발 인천행을 운행했는 데도 건호씨는 굳이 도쿄행을 택한 것.건호씨는 도쿄발 아시아나항공으로 11일 오후 10시46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통상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 서부에서 한국으로 갈 때 항공편이 뻔한 인천 직항 대신 도쿄~인천 코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건호씨는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좋지 않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입국 수속을 마친 건호씨는 곧바로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이를 언론사 취재 차량 4~5대가 따라붙으면서 심야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서울에 진입해서도 건호씨 차량은 교통신호도 무시하고 올림픽대로와 인근 지역을 넘나들면서 자정 넘어서까지 취재 차량들과의 추격전을 계속했다. 12일 아침 수십명의 취재진은 대검청사에서 진을 쳤지만,건호씨는 취재진의 눈을 피해 유유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취재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사전에 검찰과 긴밀히 상의해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