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함에 따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 달러'와 관련해 그가 처벌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호 씨의 소환은 노 전 대통령 조사에 앞서 거쳐야 할 과정이어서 검찰은 사실 관계 확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혹의 대상이 되는 돈과의 관련성에 따라 그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건호 씨가 받는 의혹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홍콩계좌를 통해 받은 500만 달러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받아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100만 달러에 관련됐다는 것이다.

우선 연씨가 500만 달러를 받는 과정에 건호 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건호 씨 또는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의 실제 수수자라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건호 씨는 작년 초 연씨가 박 회장의 공장이 있는 베트남을 방 문해 500만 달러를 투자해 달라고 요청할 때 동행했고 그 후에도 베트남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씨 측은 이 돈이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투자금으로 받은 것이라 주장했지만 건호 씨가 이 회사의 대주주라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검찰은 연씨가 구두로 투자를 약속했을 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이나 박 회장의 진술 등으로 미뤄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보고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호 씨가 이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드 러나면 포괄적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건호 씨의 역할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으면 이 자금의 투자로 그가 경제적 이득을 취했는지가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호 씨가 대주주가 아니라면 투자금으로 사용된 돈이 어떤 형태로든 그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활용된 점이 입증돼야 가벌성이 성립한다.

이 문제는 해외 자금 흐름을 어디까지 추적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나머지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빚을 갚는 데 쓰려고 빌렸다는 해명과 달리 국내에서 환전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차용증도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당시 건호 씨가 회사를 무급휴직하고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로 사용됐을 개연성이 부각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6월 말 남미 과테 말라에 가는 길에 미국 시애틀에 들렀는데 여기서 건호 씨를 만나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시애틀을 경유한 것은 맞지만 건호 씨나 그 가족을 만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어찌 됐든 `100만 달러'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건호 씨의 처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받은 돈의 성격을 모르고 사용했다면 죄가 되지 않고, 성격을 알았더라도 돈을 받는 과정에서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도덕적 비난의 대상은 될지언정 뇌물죄의 공범으로 기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건호 씨의 처벌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수수의 주체이고 아들인 그가 암묵적으로 일정 역할을 부여받아 가담했다는 전제에서 거론된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