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0일 민주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전주 덕진 재선거는 정 전 장관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김근식 경남대 교수 간의 야야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함께 가자고 (당 지도부에) 손을 내밀었는데 설마 뿌리칠 줄은 몰랐다"며 "내민 손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원망하지는 않겠다. 옷을 벗고 바람 부는 벌판으로 들어서겠다"고 무소속 출마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는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할 것이며 반드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리겠다. 민주당을 사랑한다"고 당선 후 복당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정동영의 종아리를 때려 달라.그 아픔을 참아 내는 것 또한 저의 몫"이라며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지켜 달라.제 몸 위에 옷을 두르든 아니든 제 몸 속에는 민주당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장관은 당사를 둘러보며 눈시울을 붉혔으며 기자회견문을 읽는 도중 간간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탈당 회견을 하고 탈당계를 제출한 뒤 곧바로 전주로 내려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전주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처받은 아들이 돌아와 어머니 앞에 무릎꿇은 심정으로 전주시민 앞에 다시 섰다.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일부 도의원이 정 전 장관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은 정세균 대표가 이날 19대 총선 호남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불출마를 촉구한 것에 대해 "이 시점에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무위원 회의에서 19대 총선 호남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정 전 장관의 불출마를 압박했다.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로 이번 재보선을 'MB정권 중간 평가' 구도로 치르려던 민주당의 당초 구상은 사라지고 '정세균-정동영' 대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만 부각되고 있다. 당초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던 인천 부평을 재선거도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호/전주=민지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