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0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4.29 재선거에서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 정치인생 최대의 도전에 나서게 됐다.

1996년 정계입문 후 수직상승을 거듭하다 2006년 지방선거 패배로 당 의장직을 사직하는 시련을 겪은 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연패하는 등 내리막길을 걸은 정 전 장관이 13년 만에 `친정'을 등지고 혈혈단신으로 와신상담을 모색하게 됐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정치적 귀양을 떠난지 8개월 만에 선거 출마를 결행하며 지난달 귀국, 당내외 인사를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논란 끝에 당 지도부는 지난 6일 공천 배제를 결정했다.

정 전 장관은 이후 지난 4일간 전주에서 잠행하면서 무소속 출마의 뜻을 담은 글의 문구를 직접 다듬으며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앵커 출신의 정 전 장관은 15대 총선 때 새정치국민회의로 영입돼 전주에서 전국 최다득표를 얻으며 당선, 정치인생을 순조롭게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 중반 때는 `권력 2인자'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겨냥해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노인폄하 발언'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당시 47석에 불과했던 초미니 여당을 152석의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같은 해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해 2005년 6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탈출구를 마련했고 2006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으로 복귀, 여권 내에서 가장 먼저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패배, 불명예 퇴진하면서 시련을 겪었고 2007년에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선정됐지만 역대 최대 표 차이로 낙선한데 이어 2008년 총선에서도 다시 패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정 전 장관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6년만에 원내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대선후보로 지냈던 당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텃밭에서 정치를 재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선돼도 정치적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무소속 출마로 인한 당내 논란도 컸던 만큼 정 전 장관은 당선 이후에도 최대한 낮은 자세로 암중모색하다 복당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장관측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총재에게 반기를 들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복당한 박근혜 전 대표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복당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제2의 이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다.

정 전 정관은 이 때문에 향후 당내 공간 확보를 위해 지지세를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이번 재보선에서 전주완산 갑의 무소속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