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철저히 '거리두기'로 일관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10일에도 일절 관련언급을 하지 않았다.

평소 최고위원회에서 현안을 언급하는 그였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경제 실정과 무능에 대한 심판을 4.29 재보선에서 하자"고 호소했을 뿐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에 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박주선 최고위원이 "검찰이 일일이 수사 전에 공표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수사기법이며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권 후보를 돕기위해 의도된 것이 아닌가 한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데 그쳤다.

지난 8일 최고위원회에서도 한 의원이 "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분리돼 생각될 수 없는데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처럼 철저히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것은 그의 그림자가 목전에 다가온 4.29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무소속 출마와 관련된 당 내홍의 악재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사태의 여파로 재보선이 '전(前) 정권 심판'으로 흐르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메가톤급 의혹이 제기되는 마당에 당 지도부의 이러한 '거리두기' 전략이 계속 약발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조차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세균 대표 체제의 한 축을 뒷받침하는 '친노'(親盧) 세력을 치고 당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3선의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를 뒷받침하는 세력은 노 전 대통령과 관계있는 인사들"이라며 친노인사들의 퇴진을 촉구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넘어 민주당에서 친노의 색깔을 빼자는 이러한 일각의 주장은 향후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당내에서 목소리를 얻게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