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국가 중심권력기구로 부상..관련 헌법개정 예상
'안정 속 변화' 모색..장성택, 추후 남북통로 가능

평양에서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한 '김정일 3기' 체제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방위원회의 강화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향후 남북관계는 대체로 경색 기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대응책을 놓고는 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북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국방위가 김정일 중심의 선군정치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중심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분석에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북한의 이번 최고인민회의와 헌법 개정은 선군체제가 정착되면서 국방위원장 체제를 강화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당이 현재 기구상으로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정치과정으로 작동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국방위가 단순한 군사기관이 아니라 국정을 이끄는 당.정.군 복합체의 기능을 하는 국가의 중심적인 권력기구로 부상했다.

매제 장성택을 국방위 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김정일의 건강에 따르는 불안정성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국방위로 하여금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유고에 대비하고 후계 구축에 중심적 역할을 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개정은 1998년 헌법개정 때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했던 국방위의 지위와 역할 부분을 규정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개혁.개방과 관련되는 내용이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 관련 부분에서 새로운 규정이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현재의 (경색된)남북관계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새로운 관점에서 이번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고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과거 정부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 강경책 또는 무대응 정책이 북한의 핵 보유 동기와 선군체제를 강화시킨다면 결국 남북한 대결구도는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김연철 한겨레 평화연구소장 = 지난 몇 년 동안 국방위의 실무적 기능이 점차적.단계적으로 확대됐고 위상과 역할도 전체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그런 움직임들이 더욱 구체화.체계화된 것이다.

국방위라는 것은 쿠바 혁명평의회 역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번에 그 위상이 강화된 것은 대체로 두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선군정치 강화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로써 국방위가 당.정.군 관계에서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하려는 듯 하다.

후계체제 부분과 관련해서 해석하자면 결국 김정일 후계체제를 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국방위가 이번에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 후계구도 구축 과정들이 있을 텐데 이번 위상 강화를 계기로 국방위가 후계체제의 근간 조직으로서 작동하지 않을까 싶다.

민경협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대남 경제협력기구의 현실적 필요성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북한의 대외경제에서 대남 부분들이 차지하는 위상과 기능이 남북관계 악화 이후 계속 줄어왔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현시점에서도 장기적 남북관계 악화를 예측한 데 따른 것으로 본다.

남북관계가 조만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포인트는 장성택의 부상이다.

아직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100% 회복 안 된 상황에서 장성택은 김 위원장을 대리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추대됨으로써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까지도 대비하는 성격으로 북한의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됐다고 본다.

즉 '김정일 3기' 체제의 출범은 안정을 모드로 한 '안정 속의 변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헌법 개정은 아무래도 국방위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이 선군정치를 기존 북한 체제작동의 정치방식에서보다 상당히 수준을 높여 앞으로 2012년까지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국방위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그런 형태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번 국방위의 인적 구성이나 인선을 보면 주상성, 우동측 등 새로 진입한 인물들이 군과 관련된 인물들로, 대남 정책에서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남한의 실상을 가장 정확히 본 최고위급 인물인 장성택이 권력의 핵심 위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대남 부분에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통로를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통미봉남적 행태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장성택의 부상은 길게 봤을 때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 국방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간 것으로 본다.

실질적으로 북한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김정일의 측근인 장성택이나 오극렬 등, 믿고 일을 맡길만한 사람이 들어간 것은 국방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뀐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김정일이 모든 것을 총괄하던 체제에서 국방위를 통해 간접통치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집단적 협의체로서의 성격도 띤다.

새로운 후계구도의 후견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라고 본다.

즉, 국방위가 당이나 군.정 역할을 하는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명실상부한 최고기관이 됐다.

그 과정에서 국방위원회와 관련한 헌법 규정이 조금 더 명확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1998년 헌법 개정 이후 여러 경제개선조치가 있었던 만큼 변화된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 헌법에서 후계구도와 연관된 권력구조의 틀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어떤 방식으로 김정일의 후계자가 선정될지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이 결정되거나 북미대화의 틀이 마련될 때까지 남북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경제.권력 구조 또한 당장 남북관계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는 민경협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서도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 특별히 위기가 고조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경색기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따라서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실질적인 국제협력의 틀을 갖춰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한.미.일 3국 공조를 탄탄히 하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경제.에너지 지원이 중요한 하나의 기능을 하게 될 텐데 관련 실무그룹 의장국인 우리 정부가 일정 정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전략대화도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결국, 북한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이 공통된 목표와 접근방식을 갖춰나가는데 우리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게 직접 특사를 보내거나 지원을 제의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 국방위원회 구성이 예전에는 군 인사 중심이었는데, 이번엔 당.정.군 인사들이 고루 들어갔다.

이는 국방위가 군사부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을 담당하는 것으로 개편됐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국방위에 의한 '영도'를 체계화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에 진입한 것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수령(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을 통해 국가기구를 영도하는데, 국방위만큼은 당을 통하지 않고 직접 영도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임주영 유현민 기자 jhcho@yna.co.krzoo@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