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요구로 100만달러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는 검찰 수사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저의 집(집사람)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며 권양숙 여사가 자신도 모르게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했었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더구나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검찰 측이 언론에 흘리고 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확인하는 최소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박 회장의 진술에 근거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문제제기인 셈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난번 사과문에서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박 회장이 그렇게 진술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00만 달러를 청와대 경내에서 전달했다는 진술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이 소상히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친노(親盧) 측에서는 검찰을 성토하는 목소리와 함께 당혹감 속에 수사를 지켜보자는 관망론, 사실 여부를 떠나 노 전 대통령 내외가 수사선상에 오른 자체에 대해 할 말을 잃었다는 자성론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얘기를 이런 식으로 흘리는 것은 정말 파렴치한 행위"라며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우 부당한 일"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도 "60~70점 짜리가 많은 사회에서 90점을 받은 사람에게 10점 문제가 있다고 처벌하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가 아니다"며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정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노 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큰 충격을 받았다", "참담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고, 한 재선의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자괴감 속에 착잡하게 지켜볼 뿐이다.

지금은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