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달러'를 건넨 이유는 거액의 돈을 전달하기 적합하고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0억원이라는 거액을 만원권 현금으로 준비한다면 부피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고액권 수표로 주면 차후 문제의 소지가 있을 때 적발되기 쉽다. 수표는 고유번호가 붙어 있고 사용자의 이서가 필요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더라도 거듭된 추적을 통해 흐름이 드러나는 일이 잦다.

반면 달러는 부피 문제나 자금 추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봉투에는 원화로 100만원밖에 담지 못하지만 달러로는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넣을 수 있다. 환전만 하면 국내에서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자금 경로를 추적하기도 어렵다. 해외 사업을 통해 외국 계좌에 거액의 비자금을 쌓아두고 있었던 점도 박 회장이 달러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박 회장은 평소에도 이 같은 이유로 달러를 애용했다. 앞서 구속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게도 여러 차례에 걸쳐 12만달러를 건넸었다. 박 회장은 평소 1만달러를 '만원'이라고 칭하는 등 달러 단위로 돈의 액수를 가늠하는 데도 익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