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TV 생방송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 비난을 받은 뒤 투신자살한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들이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한 명예훼손 혐의도 이번 수뢰 혐의와 함께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면 그 때 명예훼손 사건을 같이 수사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 유족들이 검찰 측에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남 전 사장의 부인과 동생 등 유족들은 지난 해 12월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있다.

유족들은 실제 지난 7일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창재)의 담당검사에게 수사 촉구서를 제출했다.유족들은 수사촉구서에서 “오만·부정한 권력 앞에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아무 말 없이 차디찬 한강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원혼과 그 유족들의 5년간 비통한 심정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또 “노건평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고소인 조사 이후 사실관계를 다 확인했음에도 피고소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동안 죄인 취급을 받은 유족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하루빨리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이창재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아직은 법리 분석단계이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대검의 소환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소환은 그때(대검에서 소환할 때)가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 전 사장은 지난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3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이와 관련,노 전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남 전 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우건설의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이를 TV 생방송으로 본 남 전 사장은 방송 직후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