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권양숙 여사의 금품 수수 사실을 먼저 시인한 데 이어 8일 다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잘못은 잘못"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검찰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배수진'을 치고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먼저 밝힌 `잘못'은 권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빚을 갚으려고 돈을 받았다는 사실 한가지다.

또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돈도 퇴임 후에서야 알았지만 돈의 성격이 투자이고 대통령의 직무가 끝난 뒤 일이어서 문제삼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8일 올린 글에선 특히 "제가 아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좀 지켜보자"라고도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불투명한 돈을 `게이트'의 주인공 박 회장에게 받은 것은 도의적으로 국민과 지지층에게 용서를 구하겠지만 법적 책임은 본격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오후 글을 올리기 전 이날 오전 자신의 측근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미 자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끝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9일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권 여사의 돈 거래를 노 전 대통령의 글로 처음 알았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이 거래의 중간책을 맡았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 거래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
아울러 연철호 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 달러를 받을 때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도 동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검찰은 박 회장과 연철호 씨에 대한 수사에서 이 문제를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거듭된 입장 표명에도 불구, 나름의 수사계획에 따라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실체적 진실을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배수진을 친 만큼 권 여사의 돈 거래 외에 박 회장과 관련한 다른 금전 관계가 검찰 수사로 확인되거나 노 전 대통령이 이런 거래를 인지한 시점이 그의 고백과 어긋날 땐 노 전 대통령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된다.

노 전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과 검찰이 밝혀야 할 `진실'의 숨 가쁜 정면대결 결과에 국민적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