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자 노 전 대통령측과 친노(親盧) 진영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고 서갑원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마저 박 회장과의 관련성이 드러나면서 패닉 상태로 빠져든 것.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황을 일단 좀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도 "말씀드릴 게 없다",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내용을 잘 모른다",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친노 진영은 노 전 대통령 발언과 검찰 수사의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그러면서도 방어적인 몸짓도 드러냈다.

당내 한 친노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소명으로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박 회장간 500만 달러 거래 부분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 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친노 의원은 "전 정권에 먼지떨이 식 수사로 전직 대통령마저 직접적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상황에 대해 개탄스러움을 금할 길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 최고위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띄운 `강금원 회장을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통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 전 대통령 후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공개적으로 변호했다.

그는 "아무런 특혜도 받지 못한 그였지만 수많은 이들이 현직 대통령의 서슬퍼런 위세에 기가 질려 발길을 끊고 있을 때 그분만이 봉하마을을 지켰다"며 "`바보 노무현'에 이어 `바보 강금원'으로 부르고 싶다.

공개적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엄호했다.

그는 또 `두고 봐라. 지금은 모두가 인간적 의리를 지킬 것처럼 말하지만 퇴임 후 대통령 옆에 아마 나 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거나 `호남 사람이 얼마나 의리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강 회장의 과거 발언을 소개한 뒤 "그의 의리 지킴이 시련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그저 고통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