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00km→2009년 3천여km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로 25년 만에 미사일 사거리를 10배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발사대에서 지난 5일 솟구친 로켓의 2단 추진체는 무수단리에서 3천100여km의 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이는 레이더가 탐지한 궤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비행거리까지 생각하면 500~600km 정도는 더 날아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84년 사거리 300km의 스커드-B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으로서는 25년 만에 사거리가 10배 이상 늘어난 로켓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1976년 이집트에서 스커드-B 미사일을 도입한 뒤 역설계 방식으로 개발에 나서 1984년 스커드-B 모방형 개발에 성공했고 같은 해 이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로켓 엔진 성능 개량에 매달려 1986년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를 시험발사한 뒤 1988년부터 이들 미사일을 작전배치했으며 일부는 해외에 판매하기도 했다.

1990년 스커드 미사일 개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사거리 1천km의 노동1호 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스커드-B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6년 만에 사거리를 1천km로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1년에 100여 차례 가까이 노동 미사일의 로켓 엔진성능 개량시험을 해온 북한은 1998년 8월 사거리 2천500km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해 2단 추진체가 일본 열도를 통과해 1천600여km를 날아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포동 1호 미사일은 이번에 발사된 로켓과 같은 3단식으로 이뤄졌으며 1~2단 추진체는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나 마지막 3단 추진체 분리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사거리 3천km 이상의 중거리미사일(IRBM)을 시험발사 과정 없이 실전 배치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미사일을 이란에서 시험발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6년 7월에는 대포동 1호를 개량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으나 42초 만에 공중에서 부러져 실패했다.

이 미사일은 노동 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 1단 추진체로 사용했으며 2단은 노동 미사일 추진체 2개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새로 건설 중인 미사일기지 등에서 로켓 엔진성능 개량시험에 주력, 지난 5일 발사한 '은하-2호' 로켓을 개발했다.

지난 5일 발사대를 떠난 이 로켓은 15분 안팎을 비행하면서 일본 근해에 1단 추진체를 낙하한 뒤 2단 추진체를 한 때 고도 480km 이상까지 끌어올렸으나 더는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해 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발사 방식은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미니멈 에너지' 방식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이날 로켓은 2단 추진체를 분리하지 못한 채 무수단리에서 3천200km 떨어진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것으로 보이지만 자국 이지스함의 레이더 추적 범위를 벗어나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현재 이 로켓의 정확한 비행거리와 고도, 2~3단 추진체 분리 여부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