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석고대죄하라" vs 민주 "줄기 따로있다"

국회의 8일 대정부질문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됐다고 밝힌 것과 관련, 여야 의원들간 설전이 오갔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경제분야에 대한 것이었지만, 단상에 오른 일부 여야 의원들은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정치권에도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노 전 대통령의 `사과'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 의원은 "박연차 사건의 발단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시절 국세청에 대한 탈세로비 사건이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비롯한 여권 실세들이 관여된 게이트가 본질이자 줄기"라며 "이게 가지로 번져 노무현 정권의 비리조사로 흘러갔다"고 밝혔다.

그는 "가지가 너무 커져 줄기가 감춰져 있다"고 전제, "현 청와대가 개입하고 국세청이 관여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며 "한 전 청장을 불러들여 조사하고, 박연차씨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 중진을 만나며 로비를 했다는 줄기, 천신일씨를 조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어 곧바로 단상에 오른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전날 사과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경제는 무능해도 부패정치 타파에는 시대적 일조를 하지 않았느냐'는 국민의 기대가 허무하게 부서졌다"며 "그래서 지금 국민의 가슴이 춘래불사춘"이라고 맞받았다.

이 의원은 "반칙, 특권없는 세상, 청렴, 선, 정의 등 화려한 용어를 분출했던 과거 집권세력은 대통령 친인척, 드디어 집사람까지 연루된 부패정치의 원조세력들"이라며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박연차 수사가 살아있는 권력의 세무비리로 시작됐지만,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처음부터 검찰의 칼끝은 전 정권에 맞춰져 있었다"며 여권의 `기획수사설'을 주장했다.

신 의원은 "작금의 사태를 보면 프랑스 대혁명이나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떠오른다"며 "이런 식이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이 따르고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라고 밝힌 뒤 "경제위기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 에너지를 분산시켜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에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저는 신문기자 시절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입장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의 권위탈피, 도덕성에 대해서는 칭찬했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치인 노무현의 진정성보다 변호사 노무현의 계산이 보여 안타깝다"고 반격했다.

진 의원은 "당장 불법으로 받은 검은 돈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전액 국고에 반납하라"며 "그게 노무현식의 당당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