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기간제나 파견근로자를 쓸 수 있는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주는 정부안이 지난 1일 제출됐지만,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 민주당 의원 · 사진)는 법안 심사소위조차 꾸리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해고 대란'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여당 역시 뚜렷한 대안 없이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중이다.

◆비정규직 해고 대란 예고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임시 · 일용직 취업자는 작년 같은달에 비해 27만3000명 줄었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전문가들은 비정규직법이 오는 7월 시행 2년을 맞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경영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정규직 전환 시점이 다가오자 이를 부담스러워한 사용자들이 근속 2년이 다가오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미리부터 정리하다 보니 임시 · 일용직 고용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고용 가능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냈다. 국회 상임위로 공이 넘어갔지만 환노위는 이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 소속인 추미애 환노위원장에게 책임을 돌린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환노위를 '불량 상임위'로 지목했다. 그는 "법안 심사소위를 구성해달라고 일곱 차례나 공문을 보냈지만 환노위원장이 억지를 부린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저지하고 떼를 써서 7월 비정규직 대란이 오면 야당 책임"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추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안인데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히 완강해 위원장으로서 부담을 잔뜩 느끼고 있다"며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임위가 계속 모여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대안 못 내놔

집권 여당으로서는 마냥 추 위원장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이대로라면 대량 해고사태가 오는데 전부 '나 몰라라'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고용 기간을 단순 연장하는 정부안대로는 처리하지 않는다"며 "야당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여당 내부에서 검토 중인 대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고용 기간 제한을 현행 2년으로 유지하되 정규직 의무 전환은 3~4년 유보 △당사자 간 협의로 고용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직종별로 사용제한 기간을 달리 규정하는 방안 등이다. 여기에 야당이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도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면 대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차기현/민지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