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궤도진입 실패..로켓 2.3단 태평양에 낙하"

북한이 5일 자체개발한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장거리 로켓 '은하2호'에 실어 발사함에 따라 한국의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 수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개발 능력은 우리나라가 일부 분야에서 선진국에 육박하는 등 북한을 크게 앞서 있지만 로켓은 북한과 비슷하거나 북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해 왔다.

이 때문에 광명성 2호의 지구궤도 진입 여부는 북한의 로켓과 인공위성 기술을 한국과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광명성 2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면서 "40.6도의 궤도경사각으로 지구로부터 제일 가까운 거리 490㎞, 제일 먼거리 1천426㎞인 타원궤도를 돌고 있고 주기는 104분12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은 북미방공사령부(NORAD)의 추적결과를 토대로 북한 로켓 2, 3단계 추진체와 탑재물이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실패로 규정했다.

국내 항공우주학계는 그러나 은하 2호 성능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2단이 2천100㎞를 비행해 떨어진 것으로 볼 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광명성1호 발사 후 우주개발중장기계획을 수정, 2005년 한국 첫 우주발사체(KSLV-1)로 과학위성 2호를 지구저궤도로 올려 세계 9번째 인공위성 자력발사국이 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력 지연과 중국 쓰촨성 지진 여파 등으로 KSLV-1 발사는 오는 7월 말께로 연기됐으며 그 사이 이란이 지난 2월 자체개발한 로켓 '사피르-2호'로 '오미드'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 9번째 위성 자력발사국이 됐다.

◇인공위성 기술, 南이 北에 앞서 =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개발 능력에서 한국이 북한을 크게 앞서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 능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광명성 1호와 마찬가지로 광명성 2호도 북한 주장대로 시험통신위성이라 하더라도 전파 발신기 정도가 탑재된 무게 100㎏ 이내의 초보적인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개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개발해온 로켓이 우주발사체보다는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인공위성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다목적실용위성 1, 2호와 우리별위성 1, 2, 3호, 과학기술위성 1호 등 6기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이를 통해 과학위성이나 다목적 실용위성급 등 중ㆍ저궤도 위성에서는 선진국 기술 수준의 82%정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6년전 개발에 들어간 정지궤도 위성도 올 11월 발사될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이 성공하면 선진국의 65%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며 10년 후에는 선진국의 9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다목적 실용위성 시스템 기술을 2012년까지, 본체 기술을 2016년까지 완전 자립화하고 정지궤도 복합위성도 2016년까지 독자 개발 능력을 구축해 2022년까지 정지궤도위성 독자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더딘 발사체 개발..北에 뒤져 = 로켓 기술에서, 특히 비행거리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북한에 뒤져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발사한 은하 2호는 3단 로켓으로 2단 로켓의 낙하지점이 일본 동쪽 2천100㎞로 추정돼 100㎏급 과학위성 2호를 지구상공 700~800㎞ 궤도에 올려놓을 예정인 KSLV-1보다 길다.

2단 로켓 낙하지점으로 추정해볼 때 은하 2호의 총비행거리도 KSLV-1의 비행거리인 2천750㎞를 크게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로켓 비행거리가 곧 인공위성 발사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위성 발사에는 로켓 연료 제조기술과 상승 단계에 따른 로켓 분리 기술, 궤도진입 단계의 발사체 자세 제어 기술 등 최첨단과학이 망라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측 주장처럼 로켓 2, 3단, 탑재체가 함께 떨어졌다면 북한은 강력한 로켓을 만들고도 아직 상승단계에 따른 로켓 분리나 궤도진입 단계의 위성체 발사 기술 등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은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유사해 상호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주발사체 기술은 국가 간 이전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이중용도 전략기술로 분류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돼 왔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움직임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개발에 촉진제 역할을 해왔다.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 발사 후 우주개발중장기계획이 대폭 수정된 것이 좋은 예다.

대포동 1호 발사 전 우리나라의 최고 성능 발사체는 1998년 6월 발사한 길이 11.1m, 중량 2t, 최고고도 138.4㎞의 2단 분리형인 중형과학로켓 2호(KSR-Ⅱ)였다.

당시 우주개발중장기계획은 2003년에 최고고도 300㎞ 정도의 액체과학로켓(KSR-Ⅲ)을 발사하고 2010년 무게 500~700㎏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자체 발사체(KSLV-1)로 진입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 후 KSLV-1의 탑재체 무게를 500~700㎏에서 100㎏급으로 줄이는 대신 발사시기를 2005년으로 앞당기고 1t급 상용위성 탑재가 가능한 우주발사체(KSLV-2)를 2010년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계획은 KSLV-1의 개발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지연과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인한 발사시스템 부품 공급 지연 등으로 발사가 오는 7월 말께로, KSLV-2는 2017년으로 각각 연기된 상태다.

북한의 은하 2호 발사는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및 인공위성 개발 전략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우주강국 도약을 앞당기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