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버튼 누른 순간" vs "로켓 점화순간"

"北궤도진입 주장 시간에 로켓 일본열도 못미쳐"


북한이 5일 쏘아 올린 장거리 로켓의 발사 시각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발표가 북한이 공개한 시간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 로켓이 이날 오전 11시30분 15초에 발사됐다고 공식 발표했고 일본 역시 11시 30분 께 발사됐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오후 3시30분께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11시20분 무수단리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한 것.
남측과 북측이 발표한 발사 시간에는 무려 10분15초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여기에다 북측은 로켓이 발사된 지 9분2초만인 11시29분2초에 광명성 2호가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남한이 밝힌 발사시점보다 1분13초나 앞서 궤도에 올라갔다는 얘기다.

일단 기술적으로 보자면 이처럼 발사 시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로켓의 발사 시점을 어느 순간으로 보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보통 로켓을 발사할 때는 10부터 0까지 카운트다운을 하는 데 '0'을 세는 순간인 'T-제로(zero)'를 발사 시점으로 보느냐, 로켓의 점화시간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발사 시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켓 발사장이 공개됐다면 'T-제로'를 발사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차이가 없으나 북한처럼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발사 시각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한 전문가는 "북한은 'T-제로'를 발사 기준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위성이나 레이더로 로켓 발사를 탐지한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T-제로에 발사 버튼을 눌렀다고 하더라도 실제 로켓에 주입된 산화제와 연료가 타면서 추진력을 받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버튼을 누른 순간 불꽃이 나오기도 하지만 1~2분이 지나서 불꽃이 나오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 전문가는 "발사 버튼을 누른 뒤 로켓이 지상에서 1~2m가량 떠 있다가 불꽃이 나오는 때도 있다"면서 "로켓 발사 당시 불꽃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첩보위성은 열추적 레이더를 통해 발사되는 로켓을 탐지하기 때문에 불꽃이 나오지 않을 경우 탐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러나 왜 10분이나 차이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발사 시간이 차이난데 대해 "시간의 차이는 기술적 문제로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의 성능을 위장하거나 로켓을 탐지 추적하는 미국과 일본에 혼선을 초래하기 위해 발사 시간을 다르게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북한이 이날 로켓발사가 실패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발사와 관련한 거짓 정보를 급조해 공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은 "레이더 궤적 자료에는 북한이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한 오전 11시29분2초에는 로켓이 일본 열도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