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했지만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두 번째 로켓 추진체를 국제해사기구(IMO)에 예고한 지점 근방에 낙하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한의 로켓 발사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이 확인됐다.

◆긴박했던 북한의 로켓 발사

북한의 로켓 발사 징후는 이날 오전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의 상단부분 덮개가 벗겨지고 로켓 탐지 · 추적 레이더가 본격 가동했다. 또한 발사장 주변은 말끔히 정리됐고 발사장 주변의 통신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속속 감지됐다. 이러한 징후에 따라 발사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일본 NHK 방송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북한이 이동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곧바로 청와대발로 북한이 오전 11시30분15초에 로켓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발사된 로켓은 11시37분 일본 아키타 서쪽 동해상에 1단계 추진체를 낙하시킨 후 일본 영공을 지나 11시43분 일본 동쪽 태평양 2100㎞(무수단리에서는 3200㎞) 지점에 2단계 추진체를 떨어뜨렸다. 1998년 대포동 1호보다 두 배 가까이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북한이 3단계 추진체를 궤도에 올리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대포동 2호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체가 미사일의 궤적에 따라 발사된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 궤적에 따라 발사됐기 때문에 이번 발사 실패로 대포동 2호의 미사일 능력을 직접 가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 연구부장은 "이번 로켓이 1998년,2006년 두 차례에 걸쳐 발사된 로켓의 구조와 같다"며 "이번 로켓을 다시 개량해 더 많이 날려보낼 수 있는 로켓을 또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궤도 진입 실패와 미사일 논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3시28분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성과적으로 발사'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고 "우리의 과학자,기술자들은 국가우주개발전망 계획에 따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은 이날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어떤 물체도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군 북부사령부(USNORTHCOM)는 이날 뉴스브리핑을 통해 북미방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와 미 북부사령부 관리들이 북한 로켓의 1단계 추진체는 동해로 낙하했으나 나머지 추진체와 탑재물은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북부사령부는 "어떤 물체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3단계 추진체는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2 · 3단계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고 한꺼번에 떨어졌는지 분리된 채 떨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위성을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3단계 추진체가 동시에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사실상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이 목적이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미사일 발사 실험 아니었느냐"는 시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궤도를 통과했다 재진입하는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당초 인공위성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구동회/황경남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