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하벙커서 NSC 주재… '도시락 점심'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국제사회와 확고한 공조체제 구축과 함께 향후 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인 데다 냉정함을 잃고 섣불리 대처할 경우 북한의 계산된 의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북한의 로켓발사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고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를 마치고 전날 귀국하자마자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외교안보수석 등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이 NSC를 소집한 것은 북한의 오전중 로켓 발사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오전 11시를 전후로 함북 무수단리 부근의 통신량이 급증하는 등 발사징후가 포착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NSC로 긴급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NSC는 오전 11시20분부터 시작돼 오후 4시10분에 끝이 났다.

장장 4시간50분동안 마라톤 회의를 한 셈이다.

NSC 주재 도중 김태영 합참의장으로부터 전화로 북한의 로켓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심각하면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군 경계태세를 확실히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구체적인 시점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날 오전 11시30분 15초 직후로, 거의 `리얼타임'(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계속 청와대 지하벙커 위기센터상황실에 머물며 북한의 로켓발사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향후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점심도 NSC 멤버들과 함께 지하벙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미국측에서 제공하는 정보, 동해 이지스함과 세종대왕함 등을 통해 들어오는 영상정보 등 여러 대북정보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면서 "영상정보 같은 자료는 로켓을 발사하기 전의 어제 현장사진과 발사후의 오늘 현장사진까지 입수해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로켓 발사후 청와대 참모들과 정부 당국에 절대 냉정함을 잃지 말 것을 거듭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NSC 소집에 앞서 오전 11시부터 15분동안 청와대 녹지원에서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식목일 기념 식수행사를 하면서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말해 이번 사태에 냉정하게 대처할 것임을 내비쳤다.

식목행사는 애초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북한의 로켓 발사 가능성에 대비, 오전으로 앞당겼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심은 반송(盤松)은 20년생 고성산(産) 금강송으로, 남대문 복원에 쓰이는 것과 같은 종류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