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하나 했으면 좋겠다(I want to make a statement)."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영국 런던의 엑셀센터에서 한 · 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사전 취재를 위해 회담장에 들어갔던 풀기자(공동취재단)들이 나가려 하자 갑자기 불러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진 취재에 응하기 위해 이 대통령과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선 채로 "이 대통령과 한국 대표단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고 가장 훌륭한 친구 가운데 하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이 대통령의 지도하에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은 30분간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부쩍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미국은 지구상에서 한국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기자들에게 수차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만큼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예상밖 공개적 언급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개혁을 기치로 내건 두 정상 간에 신뢰와 우의가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일(한국시간 2일) 저녁 G20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을 위해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환영 리셉션 자리에서도 서로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이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에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며 "위기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리셉션에 이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주최한 정상 만찬에서도 '경기 회복을 위한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런던=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