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 · 관계 로비를 통해 아파트 층고를 최고 8층에서 15층으로 높여 4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경남 진해시 옛 동방유량 공장터 주변 석동지역은 박 회장이 부지를 매입할 당시 신규 분양아파트에 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곳이다.

박 회장이 동방유량 공장터를 사들인 것은 2004년 6월.당시 이 땅 주변 지역에서는 대우건설 GS건설 대동종건 등이 잇달아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GS건설의 분양을 담당했던 K과장은 "당시 아파트 초기 3일간 계약률이 90%를 기록하고 프리미엄이 1억원씩 붙어서 전매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석동 주변 지역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곳이 창원의 대체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민터널만 지나면 창원인데다 아파트 분양가도 3.3㎡당 500만원대로 주변 지역 아파트값보다 200만원 정도 낮았다.

그러나 분양시장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동방유량 부지는 아파트 개발을 꿈꾸기 어려웠다. 진해비행장(K-10)과 비교적 떨어져 있던 곳(비행안전 3~5구역)은 2002년부터 아파트 높이가 기존 5층에서 15층으로 완화돼 아파트 개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동방유량 부지는 비행장과 너무 가까워(비행안전 2구역) 아파트 높이가 8층으로 제한돼 있었다.

박 회장은 이런 규제를 완화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부지 매입 3개월 뒤인 2004년 9월 주민제안 형식으로 고도제한 완화를 요청했다. 박 회장이 민원을 낸 지 8개월 만인 2005년 5월 이 공장부지에 대한 고도제한이 완화됐다. 또 경남도는 한 달 뒤인 2005년 6월 동방유량 공장부지를 포함한 석동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박 회장이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기 이전에도 이 지역은 재산권 행사를 이유로 주민들의 고도제한 완화 요구가 끊임 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군사지역이란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는 번번이 거부된 바 있다.

박 회장 측은 2005년 11월 우림건설을 시공사로 아파트(1192가구)를 분양했다. 이런 과정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측은 추정하고 있다.

다만 우림건설이 분양할 시점에는 진해 분양시장이 끝물이어서 시공사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단기간에 너무 공급이 많이 된 여파로 초기 한 달간 계약률이 20%대에 그쳤다"고 말했다.

당시 이 지역을 무대로 활동했던 부동산 개발 업체들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고도제한 완화 작업을 물밑에서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중개업소들은 동방유량 부지와 같은 혜택을 받은 곳이 둘(DS아이존빌 대동다숲) 더 있는데다 원래 주민들의 고도제한 완화 요구가 많았던 곳이라는 점을 들어 박 회장의 단독 로비로 인해 고도제한이 완화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