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내세워 "화포천 개발용"-"개인사업 투자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의 성격을 놓고 연 씨와 박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돈 일부가 노 전 대통령에게 흘러가거나 노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전달된 정황이 포착되면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는 반면 연 씨 개인에 대한 사업투자금으로 판명난다면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500만 달러의 성격과 행방 등은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박 회장 측의 `대리인'으로 나선 박찬종 변호사.
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박 회장을 구치소에서 서너 차례 면담한 뒤 "(박 회장이) 화포천 배후를 관광지로 개발하면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50억 원을 종자돈으로 사업을 해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화포천은 봉하마을 인근에 있는 하천으로 노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생태 하천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노 전 대통령에게도 보탬이 될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박 회장에게 있었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500만 달러의 최종 목적지가 노 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그러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1일 "원래는 박 회장에게 (500만 달러의) 사용처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며 "박 회장에게 다 털어버리라는 말만 했다"고 번복했다.

반면 연 씨 측은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며 500만 달러의 목적지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연 씨와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익명을 부탁한 대리인에 따르면 2007년 12월 박 회장에게 해외 창투사를 설립하는데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해 박 회장이 2008년 2월 연 씨의 홍콩 계좌를 통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대리인은 특히 연 씨가 당시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부탁해 박 회장에게 투자를 권유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태여 연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부탁 전화를 한 것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넨 게 아니라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연 씨 측은 5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을 실제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미국의 벤처업체에 투자해 송금 자료 등이 있고 나머지 돈은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어 국내로 유입된 것은 전혀 없다며 용처까지 제시했다.

연 씨 대리인은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이나 건평씨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다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500만 달러 행방'에 대해 박 회장 측과 연 씨 측의 입장이 다르고 이는 전직 대통령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항이어서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