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들에게 '적대행위'와 '불법입국'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중간 조사 결과 "증거자료들과 본인들의 진술을 통하여 불법입국과 적대행위 혐의가 확정됐다"면서 "해당기관은 조사를 계속하는 한편 이미 확정된 혐의들에 근거하여 재판에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한 것이다.

◆여기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미 여기자들이 받은 혐의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적대행위' 혐의다. '불법입국'의 경우 최고형이 '추방'에 불과하지만 '적대행위'는 최대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북한에서 정확하게 외국인의 '적대행위'를 규정한 법조항은 없지만 적용이 가능한 유사 범죄로 '간첩죄'와 '조선민족적대죄'가 있다. 두 조항 모두 위반시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억류 장기화 불가피


북한 당국의 기소로 미 여기자의 북한 억류는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북한이 자신들의 형사법에 따른 사법절차를 밟기로 한 만큼 최소한 재판에서 형 선고까지는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최종형이 확정될 때까지 3~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0일 스웨덴 외교관을 통해 미 여기자들과 면담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들어 북한의 분위기가 강경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 · 미 물밑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사태를 장기전으로 가자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은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에 들어가서 이들을 직접 데리고 나오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켓 발사 후 대미협상카드로 사용할 듯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로켓 발사 이후를 대비한 대미협상카드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구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호재로 활용하면서 로켓 발사 후 논의될 미국 중심의 제재논의에 대한 대응카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로켓 발사 효과 극대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