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서갑원-박연차-식당주인 `3자 대질'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과 돈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 APC 계좌에서 작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50억원(500만달러)이 흘러들어가 사업 투자금 등으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APC의 계좌 중 일부만 넘겨받았기 때문에 아직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돈이 넘어갔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혹이 제기된 만큼 충분히 수사해 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모씨 또는 노 전 대통령의 친조카인 지원씨에게 이 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고, 연씨의 경우 박 회장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다 투자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본인 및 친인척과 박 회장의 금전거래도 주목하고 있다.

라 회장은 2006년 개인 돈 50억원을 박 회장에게 송금했는데, 이 돈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서 검찰이 돈의 출처와 성격을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은 일단 청탁성 자금 등 범죄 혐의로 연결할만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나 라 회장 주변에 다른 의심스러운 돈 흐름 정황은 없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라 회장의 아들 성현씨가 태광실업의 계열사 태진의 지분을 보유한 것에 의구심을 갖고 올해 1월 소환조사했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하고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현씨가 태광실업의 중국 현지법인 청도태광의 간부로 일하면서 급여와 판공비로 보기엔 과도한 돈을 송금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을 소환해 11시간여 동안 불러 조사한 뒤 오후 10시30분께 돌려보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의원은 앞서 구속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마찬가지로 미국 뉴욕 맨해튼의 K한인식당에서 박 회장의 부탁을 받은 식당주인 K씨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는 등 국내외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다.

검찰은 오후 1시부터 서 의원과 박 회장을 대질신문한 데 이어 오후 4시부터는 K씨까지 세 명을 한 자리에서 모아 3자 대면 조사를 했다.

박 회장과 K씨는 검찰 조사에서 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반면 서 의원은 혐의 내용을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의원은 물론 지난 27일 소환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 그리고 금품수수 혐의가 있는 다른 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뒤 임시국회가 끝나는 5월 일괄처리할 방침이다.

29일 소환하려 했던 현역 의원 1명은 국회 의사일정 등을 이유로 출석 연기를 요청해 일러야 다음 주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수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주에는 새 인물을 체포하거나 소환하지 않고 이미 구속한 피의자 가운데 이광재 의원을 제외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 5명을 차례로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