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 대화에 무게가 실리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는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 등 강경 조치를 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아래 한 · 미가 상황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미 여기자 억류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한 · 미 신중 모드로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대통령의 인터뷰는 지난 28일 이뤄졌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29일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한 · 미 모두가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그동안의 강경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분위기다.

한 · 미 모두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을 경우 물리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요격을 비롯한 군사적 대응은 자칫 한반도에 극단적인 긴장감을 불어 넣으면서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경제난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남북 간 공조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강경 대응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서 이런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비핵화의 큰 틀에서 미사일 현안 하나로만 남북 관계를 지나치게 경색 국면으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점도 대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게 하는 요인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틴 유든 주한영국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여기자 두 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상황이 감안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성공단 폐쇄 않겠다" 의미는

이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하지 않으려 한다.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놓기 위해 개성공단은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고 한 것도 신중한 대응 모드로 가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잇달아 통행을 차단하는 등 개성공단 운영의 파행을 초래했지만 남북교류협력의 마지막 끈은 먼저 끊지 않겠다는 것이다. 101개에 달하는 우리 입주기업들과 하청업체의 피해 및 배상 책임 문제 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은 국제사회에 상당한 위협이 되는 만큼 국제적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할 경우 경제적 제재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