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FT 인터뷰.."野 개혁법안 무조건 반대 못할 것"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와 관련,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영국 유력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목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남북간 공존하자는 것이므로 강경대응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올 들어 개혁법안의 국회처리 지연에 언급, "한국 정치상황을 보면 굉장히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야당도 이런 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내면으로는 이해하고 있다"면서 "개혁법안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날 FT 인터넷판에 게재된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 북한이 미사일 혹은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공언한데 대해 일본이 요격 입장을 밝혔는데.
▲기본적으로는 세계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특히 6자회담 멤버인 중국, 러시아도 반대 입장이다.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았으면 순수한 우주 발사를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일본이 격추하겠다고 한 것은 미사일이 일본 영해에 떨어질 것에 대비한 자국민 보호 차원으로, 자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반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그러나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

--만약 북한이 발사했는데 일본이 요격을 시도했으나 실패할 경우 미사일 저지시스템이 없음이 드러나는 것인데.
▲ 그런 문제 지적이 있을 수는 있다.일본도 이런 부분을 다 전제로 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본다.

--최근 6자회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북한의 달라진 태도는 이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입장과 관련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의 핵검증 문제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북한이 원하는 진행절차와 다른 6자회담 참가국과의 요구 조건이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에 결렬된 것이다.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 남북간 화해기조를 유지하는 데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그러나 10년간 북한을 많이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과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고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대북 신뢰도는 이전보다 많이 후퇴했다.우리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북한의 식량지원 등 인도적 측면에서는 가능하면 다른 것과 연계하지 않고 지원할 자세도 되어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방안에 대해.
▲최종 목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남북간 공존하자는 것이므로 강경대응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따라서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북한과의 대화창구를 열어놓기 위해 개성공단은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그러나 북한이 극단적 방법을 자꾸 쓰면 추가적 협력 문제는 아무래도 고려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시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통일후 대규모 북한난민들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지.
▲결국, 최후의 목표는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다.그러나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평화적 통일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서로 평화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다.북한에 어떤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중국에 의해 점령된다든가 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북한의 유고시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같은 국가들과 밀접히 협력할 것이다.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으며 우리는 항상 대비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나 북한군부 쿠데타 발생시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대응 방향은.
▲그런 시나리오는 가정할 수는 있지만 당장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남북통일이 해법이 될 수 있나, 아니면 국민 대다수가 통일보다는 현재처럼 다른 체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을 선호할 것인가.
▲4월 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예고하고 있고 모든 나라가 이를 만류하고 있는 이 시점에 북한이 붕괴된 상황을 가정해 언급하는 것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안 맞는 것 같다.

--한국 경제가 아시아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였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된 데 대해.
▲다행스러운 것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금융감독 구조와 체제는 매우 강화돼 왔다는 점이다.미국은 금융감독 기능이 분산되어 있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분산되어 있던 증권, 은행, 보험에 대한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원 하나로 통일해서 효과를 봤다.
또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주택융자가 문제가 되었지만 우리나라 은행은 많은 주택융자에도 불구하고 LTV(담보대출인정비율) 시스템을 통해 주택가격의 최대 50% 까지만 융자를 해준 덕에 부실자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제침체 장기화로 인한 중소기업 연쇄파산과 부실채권 증가에 대한 대응방안은.
▲수출과 생산이 줄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인지만 3월 40억달러의 무역흑자가 예상된다. 우리 수출시장과 품목이 다변화되어 있어 초기 예측과는 달리 우리 수출시장은 안정되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늘어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은행권 자본 확충에 약 150억달러, 부실채권 청산을 위해 약 300억달러를 조성했다.

--한국내 8개 대규모은행을 정리하는 방안에 대해.
▲1997년 정부가 주도해서 통폐합했을 때는 은행이 부실해졌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정부가 주도해서 할 일이 아니다.

--현재의 환율, 즉 원화가치 하락세에 대해.
▲환율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어쩔 수 없지만 요즘은 약간씩 내려가는 추세다. 현재의 환율로 수출업자들은 약간의 플러스를 얻는 것도 있지만 우리 상품 자체에 기술경쟁력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
▲미 달러화가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고전한 것은 사실이나 당분간 미국 달러를 대체할만한 기축통화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미국 달러화의 향후 위상은 미 행정부가 이번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개혁법안들을 국회에서 표결 강행하는데 대해.
▲한국 정치상황을 보면 굉장히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야당도 이런 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내면으로는 이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보기보다는 덜 심각하다.
실질적으로 위기가 오게 되면 (명분없이 혹은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것을 국민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개혁 법안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표결에 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는 표결로 결정하는 쪽으로 가야하고, 또 그렇게 갈 것으로 예측한다.

--민주적 절차가 작동하고 있다면 그냥 표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직도 정치 부문에서는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새로운 정부는 보다 더 경제적 입장에서 판단하고 글로벌한 입장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워싱턴 G20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보호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후 전 세계에서 보호주의 경향이 대두하고 있다.
▲이번 런던회의에서 모든 나라가 무역보호주의뿐만 아니라 금융보호주의도 배격해야 한다고 제안할 것이다. 지금까지 적용된 보호주의 조치들을 지난해 11월 워싱턴 정상회담이 개최되던 당시의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