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에 고 김수환 추기경 묘 참배

28일 밤 조용히 귀국한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경북 영양과 칠곡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선영을 참배하는 것으로 국내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같은 해 5월 미국으로 간 지 10개월여 만이다.

귀국 직후 고향인 영양으로 내려온 이 전 의원은 친척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날 오전 영양군 석보면에 있는 아버지 선영을 찾아 귀국 인사를 하고 곧바로 칠곡의 한 공원묘지에 있는 어머니 묘소로 이동했다.

오전 11시40분께 일행 몇 명과 함께 승용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어머니 선영에 나타난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 차림에 밝은 표정을 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어머니 묘 앞에 술 한 잔을 부어 놓고 1분가량 참배한 뒤 별다른 언급 없이 묘 주변에 술을 나눠 부었다.

2년 만에 어머니 선영을 돌아봤다는 이 전 의원은 주변 사람에게 비석을 가리키며 "먹이 다 지워졌으니 입혀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활동 계획이나 친박 진영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지나간 건 생각 안 하고 미래 일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하거나 "서민 걱정을 덜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만 말했다.

어머니 선영 참배를 마치고 같은 공원묘지에 있는 두 형과 삼촌의 묘를 찾은 그는 서울 집으로 향하는 귀경길에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묘를 방문했다.

이날 오후 5시40분께 김 추기경 묘를 찾은 이 의원은 헌화 후 1분가량 묵념하고 나서 영정을 들여다보며 묘를 몇 차례 쓰다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추기경 묘를 찾은 것에 대해 "1979년 안동 가톨릭농민회원 오원춘 씨 납치사건 때 추기경이 안동집회에서 기도회를 집전하시고 저에게 강연을 요청해 인연을 맺게 됐다"면서 "그 일로 제가 구속되자 추기경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하고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영치금도 넣어 주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남민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도 추기경이 가장 먼저 석방 진정서에 서명해 주셨다"라면서 "저뿐 아니라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모든 이들에게 김 추기경은 큰 어른 같은 존재였다"라고 말했다.

(칠곡.용인연합뉴스) 손대성 심언철 기자 sds123@yna.co.krpress1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