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부가 강력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근거법이 국회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지만 한 달 넘게 소관 상임위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환경노동위원회와 지식경제위,기후변화특위 등이 각기 "우리 소관"이라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과 담당자는 29일 "관련 상임위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환노위,지경위,기후변화특위,정무위 등이 모두 나서고 있어 교섭단체 협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법은 녹색성장 기본전략을 짜고 부문별 추진계획을 체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노위는 녹색성장법이 기본적으로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는만큼 환노위에서 심사가 이루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김성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기후변화기본법이 환노위에 회부됐던 점을 내세우고 있다. 녹색성장법과 기후변화기본법은 탄소배출 규제 등 내용이 비슷해 한 상임위에서 병합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경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경위 소속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법안 내용이 탄소 감축 의무와 세금 혜택 등 산업계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환노위에 맡기면 규제 위주로 흐를 것"이라며 "지식경제부와 업계로부터 환노위 심사만은 막아달라는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지경부가 녹색성장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국회 상임위의 대리전으로 번진 양상이다.

기후변화특위도 지난달 법안심사소위를 구성,소매를 걷어붙였다. 이인기 위원장은 "녹색성장법은 내용이 포괄적이므로 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여야 지도부가 구두로 약속했고 다음 달 특위 토론회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처를 등에 업지 못한 특위의 위상 때문에 큰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특위는 법안 심사를 위해 '저탄소녹색성장위원회'로 개명할 계획도 내놓고 있다.

국회법상 제정법은 상임위에 회부한 지 20일 후에나 상정할 수 있어 정부가 목표한 4월 국회 처리는 어렵게 됐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을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녹색성장 전략이 시작부터 국회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표류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회가 도움은커녕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