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이 정확하게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각당은 아직까지 전열 정비도 끝내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이번 재.보선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것이 각당의 방침이지만, 원외 정치거물의 귀환이라는 변수에다가 당내 계파간 이해충돌 등 복잡한 사정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현재 여야는 울산 북구와 경북 경주, 전주 완산갑, 전주 덕진, 인천 부평을 등 영남권 2곳과 호남권 2곳, 수도권 1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지역에 대한 공천작업을 완료하는데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 박희태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당 안팎에선 이번 재.보선 전략을 짜는 것이 상당히 쉬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대표의 불출마 결정으로 인해 이번 재.보선의 성격에 대해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론'이 적지않게 희석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민주당이 내분으로 흔들리는 사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탄력을 받은 한나라당은 4월 재.보선을 `경제살리기 선거'로 명명하면서 의욕적으로 선거전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공천작업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29일 공천심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전략공천지를 확정하고 일부지역에 대해선 공천자를 내정할 방침이지만, 공심위 내부의 견해차가 쉽게 좁혀질 분위기는 아니다.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지역은 친박 성향의 정수성 예비역 육군대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경북 경주.
한나라당에선 이상득 전 국회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종복 전 의원의 공 천이 유력해보였지만 내부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공심위에 보고된 한 여론조사에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씨가 정 전 의원을 10% 이상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당직자들의 경우엔 "조금이라도 빨리 정 전 의원을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해야 무소속 후보를 따라잡는데 도움이 된다"며 공천확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당직자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원이 뒤지고 있는데 무조건 공천만 서두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가 영입이 거론됐던 인천 부평을과 울산 북구의 경우엔 인물난으로 인해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두 지역구 모두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이지만, 현재 분위기는 여권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입지자들 가운데 경쟁력있는 후보를 골라내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 인천 부평을 공천이 일찌감치 검토됐던 이윤호 산자부장관, 이희범 전 무역협회장의 경우 본인들이 고사 입장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지역구 내에 GM 대우 공장이 위치한 점을 감안해 이재명 전 의원과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등 대우출신 전.현직 CEO(최고경영자)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울산 북구의 경우엔 현지 공천신청자들이 중앙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대한 반대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차라리 박 대표가 울산 북구에 출마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의 두군데 지역구에 대해서도 조만간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출마 자체에 의미를 둘뿐 다른 기대를 거는 분위기는 아니다.

◇민주당 = 이번 재.보선에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획득하겠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재선거가 치러지는 5개 지역구 가운데 영남지역 2개 지역구를 제외한 3개 지역구에서 의석수도 늘리고,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라는 구도를 확산시켜 향후 정국의 주도권도 행사하겠다는 것.

그러나 18대 총선 패배 후 미국으로 떠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고 귀국하면서 당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일단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 전 장관에 대해 공천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정 전 장관이 공천 배제시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이 고향인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어렵지 않게 당선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으로선 정 전 장관에 대한 설득작업이 끝나기 전엔 공천자를 확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조만간 두번째로 만나 출마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지금 상태론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정 전 장관은 27일 전주로 내려가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전주 완산갑의 공천문제도 골칫거리다.

동교동계 핵심인 한 전 대표도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여론조사에서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시에도 당선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자칫하면 민주당이 이번 재선거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추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구도가 흐트러지면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 선거까지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공천 확정도 늦춰지고 있다.

전주 완산갑은 당초 4월2일 공천자를 확정한다는 방침이었지만, 4월 중순께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공심위는 다음 주중 11명의 신청자 가운데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해 4∼5명을 압축하고,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으로 공천 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주 덕진의 경우엔 정 전 장관과의 교섭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공천작업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인천 부평을의 경우엔 한나라당이 내세울 후보를 보고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주와 진보정당과의 연대론이 제기된 울산 북구에 대해선 공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진보정당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울산 민주노총 노동자와 비정규직, 시민을 대상의 여론을 수렴해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여론수렴방식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어 최종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두 진보정당의 후보를 이기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라며 "후보등록 직전인 4월 중순엔 후보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강병철 기자 koman@yna.co.kr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