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등으로 여권 내 세력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조짐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박 진 의원이 소환조사를 받은 데 이어 조만간 다른 중진급 의원이 소환 통보를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박 회장의 `입'에 따라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인사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연차 리스트'의 새로운 버전도 여의도 정가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만큼 박 회장의 `전방위 자금살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내에서 다음 검찰소환 대상자는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언론에 거론되지 않은 중진급 인사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정치권을 정조준하면서 여권 내 역학구도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박연차 리스트에는 부산.경남(PK) 지역 출신의 정치인 대부분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은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이 많아 친박계의 정치적 타격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것.
또 이명박 대통령이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더욱이 이번 수사로 `정치권이 불법 로비자금의 온상'이란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정치권 개혁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박연차 리스트'에 이어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의 정치권 로비자금 내역이 담긴 `정대근 리스트' 존재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검찰발 사정 태풍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렇게 될 경우 정치권의 대대적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은 한나라당의 향후 권력지형 변화의 또 다른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여권 실세로 불리는 이 전 의원의 정치권 복귀 자체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이 전 의원의 `역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이 전 의원측을 비롯해 상당수 의원들은 이 전 의원의 귀국이 당장 일대 파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 의원도 당분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채 `로-키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실정치는 현역에게 맡겨놓고 나는 한국의 50년, 100년후 미래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29 재보선 공천과 당협위원장 문제, 새 원내대표 선출 등 향후 당내 현안과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나무가 제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바람이 이를 가만히 놔두겠느냐"는 한 중진급 의원의 언급처럼 당내에서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전 의원이 적극적 행보에 나설 경우 친이(친 이명박)계의 구심점 변화, 친이계 내부의 주도권 경쟁, 친박 진영과의 갈등 재연 등 여권 내 세력균형의 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와 이 전 의원의 귀국 등 여권내 세력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 같은 구도변화는 어차피 그동안 예고돼온 게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