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퇴직공무원 예우가 다소 괜찮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영 아닙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탓에 올해 퇴직을 앞둔 지방공무원들이 어느 때보다 씁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퇴직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라는 이름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도 가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서 행정안전부는 작년 말에 지방공무원 인사관리 지침을 개정해 정년퇴직일 1년 이내의 공무원들이 사회적응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 공로연수 기간에 지자체 예산으로 국내외 여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대개 30~40년간 지방공무원으로 일해 온 퇴직 예정자들은 1인당 100만~200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아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개 공직자로 일하는 동안 부부가 같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반응이 좋은 편이었고 해당 자치단체로서도 퇴직공무원 예우 차원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경제 한파로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 하반기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부터 이 같은 예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퇴직자들이 주로 기념품으로 받아 오던 '행운의 열쇠'도 올해는 구경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체로 퇴직자들에게 금 5돈 분량의 행운의 열쇠를 선물해 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금값이 작년보다 배가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5명이 퇴직할 예정인 경북 의성군의 경우 작년에 1인당 60만~70만원 선에서 행운의 열쇠를 만들어 줄 수 있었지만 올해는 100만원이 훌쩍 넘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올해 10명이 퇴직할 예정인 영주시도 한정된 예산으로 행운의 열쇠를 장만하려다보니 열쇠 크기를 줄여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기념품으로 대체해야 할지 고민이다.

퇴직자에게 20만원 상당의 은수저 세트를 선물해 오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안동시는 올해부터 여느 자치단체와 같이 금으로 된 행운의 열쇠를 만들려고 했으나 금값 파동에 주춤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은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올해 말 퇴직 예정인 한 공무원(58)은 "30년 넘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갑작스레 불어닥친 경제 한파 속에서 퇴직하게 돼 마음이 다소 무겁다"라며 "그래도 이제까지 별 탈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안동.영주.의성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