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전체 3분의 2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7일 공개한 2008년말 기준 재산공개 변동 내역에 따르면 의원 291명(정몽준 의원 제외) 중 전년보다 재산이 증가한 의원은 64%인 185명이었고, 재산이 감소했다고 신고한 의원은 36%인 105명에 불과했다.

1명은 변동사항이 없다고 신고했다.

경제위기 한파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상당수 의원들이 오히려 재산을 불린 셈이다.

지난 한해 국회의원 후원회가 역대 최대치인 634억원의 후원금을 거둬 `모금 수완'을 보여준데 이어 재테크에도 능한 의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여실없이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예금이 9억원 가까이 증가하고 채무가 10억원 가량 줄어든데 힘입어 21억원의 재산이 증가, 증가폭 1위를 기록했고, 다음으로는 민주당 최인기(19억원), 한나라당 홍정욱(12억원), 조진형(10억원) 의원 등 순이었다.

특히 재산 증가 상위 10걸에는 한나라당 의원이 8명이나 포함됐고, 민주당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의원들도 경제위기 한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국회의원 291명의 평균 재산은 25억8천563만원으로 전년보다 9천953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토지 20억원, 건물 114억원 등 무려 211억원의 재산이 감소했고,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민주당 정국교 의원도 55억원의 재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나라당 강석호(-51억원), 자유선진당 이영애(-24억원), 한나라당 서병수(-23억원) 의원이 20억원 이상 재산이 감소한 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정당별 재산 증가자는 ▲한나라당 103 ▲민주당 63 ▲자유선진당 10 ▲친박연대 2 ▲민주노동당 3 ▲창조한국당 1 ▲무소속 4명이었다.

한나라당은 소속의원 가운데 61%가 재산이 늘었으며, 민주당은 76%, 자유선진당 56%, 친박연대 25%, 민주노동당 60%, 창조한국당 50%, 무소속 57%도 재산을 늘렸다.

특히 1억원 이상 증가자는 한나라당 58, 민주당 34, 자유선진당 7, 친박연대 1, 민주노동당 2, 무소속 2명이었다.

재산 감소의 경우 ▲한나라당 66(39%) ▲민주당 20(24%) ▲자유선진당 8(44%) ▲친박연대 6(75%) ▲민주노동당 1(20%) ▲창조한국당 1(50%) ▲무소속 3명(43%)이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의 경우 재산변동이 없었다.

1억 이상 감소한 경우는 한나라당 41명, 민주당 9명, 자유선진당 4, 친박연대 5, 창조한국당 1, 무소속 1명이었다.

정몽준 의원은 2조원 가까운 재산손실을 기록했음에도 1조6천397억7천576만3천원으로 최고재력가로 드러났으며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은 834억530만7천원으로 2위였고, 지난 1월 사퇴의사를 표명한 민주당 정국교 의원(333억6천554만8천원)과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300억9천152만원), 정의화 의원(174억1천179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1억438만원으로 재산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주당 우제창(1억1천133만6천원), 민노당 곽정숙(1억1천885만5천원), 민노당 강기갑(1억3천551만9천원), 민주당 김충조(1억6천918만4천원) 등이 하위 5위에 들었다.

당별 재산 증감 추세를 보면 한나라당(1억6천349만원)과 친박연대(1억6천752만원), 창조한국당(2억7천140만원), 자유선진당(7천691만원)이 재산감소를, 민주당(1천498만원), 민주노동당(8천706만원), 무소속(1천298만원)이 재산증가를 기록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역에는 국회의원 정원 299명 가운데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한나라당 구본철, 민주당 김세웅, 창조한국당 이한정, 무소속 이무영ㆍ김일윤 전 의원 등 5명이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지난해 12월 이한정 전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이달곤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의원직을 승계한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은 별도로 재산신고를 해 이번 신고대상에서는 빠졌다.

그러나 지난 12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재산변동 신고를 마쳐 신고대상에 포함됐다.

17대 국회에 이어 잇따라 18대 국회에 진출한 의원은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재산 증감 내역을, 18대 신규 진입의원들은 지난해 5월31일을 대비한 내역을 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