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빨리 처분 '휴~'…보유자들 '억장'

행정부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되는 고위공직자들의 지난해 재산 감소에는 경제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가증권이나 펀드 같은 수익자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재산이 늘어난 60%는 대체로 예금 같은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을 선호한 반면 재산이 줄어든 사람들은 주식.펀드에 투자했거나 공시가격이 떨어진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 재산 감소자 갑절로 늘어 = 중앙부처 1급 이상과 지방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교육감.교육위원 등 1천782명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 재산이 1년 전과 비교해 증가한 사람은 59.5%, 감소한 사람이 40.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재산 변동내역을 공개한 고위공직자 1천739명 가운데 재산 증가자가 79.0%, 감소자가 21.0%였던 것에 비해 감소자가 갑절로 늘어난 것이다.

전체 재산공개 대상자중 5천만원 미만 감소한 사람이 17.9%, 5천만~1억원 8.0%, 1억~5억원 11.8%, 5억~10억원 2.0%였으며, 10억원 이상 준 사람도 15명(0.8%)이나 됐다.

반면 재산증가자는 5천만원 미만 25.2%, 5천만~1억원 12.6%, 1억~5억원 18.6%, 5억~10억원 2.0%, 10억원 이상 1.2%로 집계됐다.

재산 감소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포함한 1인당 평균 재산액도 2007년 말 현재 12억6천9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2억9천700만원으로 2.2%(2천8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평균 재산 증가폭은 지난해 재산공개 때의 14.1%(증가액 1억6천만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상당수 지역의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재산평가액 상승분 1천500만원을 제외할 경우 급여나 상속 등에 의한 순수 재산증가액은 평균 약 1천300만원으로, 증가폭은 1%로 더 낮아진다.

전체 평균이 아니라 신고 재산액과 증감액을 순서대로 나열해 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금액을 산출하는 '중앙값'으로 보면 재산총액은 평균 8억2천300만원으로 전년보다 1천700만원 늘어났다.

전체 재산규모는 중앙기관 고위공직자의 경우 10억~20억원 사이가 3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5억~10억원 27.3%, 20억~50억원 19.4%, 5억원 미만 14.1%, 50억원 이상 3.4%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기관은 5억원 미만이 가장 많은 42.3%를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5억~10억원 24.0%, 10억~20억원 18.6%, 20억~50억원 12.2%, 50억원 이상 3.0% 순으로 집계됐다.

◇ 경제위기속 자산유형에 따라 희비 엇갈려 =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증감에는 대체로 부동산 평가가격 등락과 펀드.주식 가치 하락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역삼동 병원의 평가가액이 53억3천만원에서 62억1천만원으로 뛰어 재산이 크게 늘었고, 김창국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장의 경우 분당 아파트와 점포의 평가가액이 12억2천만원에서 11억2천만원으로 줄었으나 평택의 임야가격이 22억원에서 26억원으로 올라 전체 재산은 불어났다.

반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강남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 가격이 60억5천만원에서 53억9천만원으로 줄어 경제위기에 따른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또 황준기 대통령 행정자치비서관의 분당 아파트 가격이 8억3천200만원에서 7억1천만원으로 떨어지는 등 강남.분당.용인권 아파트 보유자의 재산이 대체로 감소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와 함께 주식이나 펀드 보유 여부도 재산 증감에 큰 영향을 미쳐, 류철호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등으로 지난해 총 55억7천179억원이 감소했다고 신고, 감소액 순위 1위에 올랐다.

또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펀드평가액 하락 등으로 15억1천461만원 줄었다.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의 경우 경기 여주와 경남 김해 등지의 토지 평가액이 18억원에서 22억원으로 늘었지만 주식 평가 하락과 매각으로 유가증권 평가액이 110억원에서 91억5천만원으로 감소했다.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은 주식가액이 22억6천만원에서 12억9천만원으로 반토막났고, 민유성 한국산업은행 총재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15억원어치의 보유주식을 날렸다.

이에 비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주식 15억7천만원어치를 발빠르게 매각해 예금을 5억4천만원에서 17억9천만원으로 늘리는 재테크 실력을 과시했다.

또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7억4천만원가량의 유가증권 매각대금에 급여저축 등을 보태 예금을 17억원에서 27억원으로 불렸고, 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도 주식 매도대금 등으로 예금이 18억8천만원에서 24억4천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밖에 다른 주요 재산 증가자들은 급여저축이나 상속을, 감소자들은 자녀 결혼에 따른 비용이나 재산분할, 교육비와 같은 생활비 증가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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