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정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수차례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 의원이 박 회장 사건으로 수사를 받기 시작한 후 자신의 거취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불구속 수사를 바라며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 결과든 실체적 진실이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

새 인생을 위해 정치를 떠날 것이고 인생을 걸고 정치를 버리겠다"고까지 토로했다는 것이다.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자신의 결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박 회장의 딸을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어 사람들은 내가 박 회장과 친하고 돈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말을 믿지 않으려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조심을 했고 박 회장과 가까이하지 않았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격앙된 어조로 "당시(돈을 받았다고 지목된 시기)가 어떤 때인가.

내가 유전 특검으로 조사받고 압수수색도 당할 때였고 주변에서도 박 회장은 정권 바뀌면 탈날 사람이니 절대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 돈을 받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직후 "한 인간으로 (재판부에) 진실하게 말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한편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이 의원이 직접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으며 이 의원이 최근 눈에 이상이 생겨 자칫하면 실명에 처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영장심사를 앞두고는 미국 뉴욕의 한인 식당에서 박 회장의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식당에 간 적이 없다"며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보고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